영천시 장학 출연금 2억으로 출발 '기금 319억' 폭풍성장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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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9  |  수정 2022-09-29 08:17  |  발행일 2022-09-29 제3면
설립 20년 맞는 영천시장학회 '새로운 20년 준비'

영천시 장학 출연금 2억으로 출발 기금 319억 폭풍성장
영천시장학회 최기문 이사장이 100만원 이상 기탁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전당을 둘러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과 명품교육 도시 조성을 목표로 2002년 12월 설립된 경북 영천시장학회가 20년 만에 무려 3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 장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총모금액은 319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천시 출연금 2억원으로 시작해 150배 이상 폭풍 성장한 것이다. 설립 당시 대구·경산 등으로 초·중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위기의식을 느낀 시민·출향인 등 4천530명이 기금 조성에 적극 참여해 이뤄낸 성과다. 영천시장학회 총자산액은 237억여 원(8월 말 기준)으로 인구 1인당 자산규모는 23만4천여 원이다. 이는 경북 10개 시·군 장학회 가운데 상주시장학회의 28만1천여 원에 이어 둘째로 크다. 전국의 장학회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다.

영천에는 유치원 22개원(623명), 초등학교 18개교(3천381명), 중학교 12개교(1천784명), 일반고 6개교(1천563명), 특성화고 3개교(517명), 전문대 2개교(1천617명), 기타학교 3개교(224명) 등 총 66개교에 9천709명의 학생과 1천188명의 교직원이 있다. 이들 학교의 젖줄이 되고 있는 영천시장학회는 설립 20주년을 맞아 기존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다.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고향사랑 기부제 등과 연동하는 새로운 장학사업을 설계하고 있다.

영천시 장학 출연금 2억으로 출발 기금 319억 폭풍성장

4503명에 74억5000여만원 지급
올 8월말 시민 1인당 자산규모
경북 기초단체 장학회 중 둘째
전국 장학회서 사업 벤치마킹

매월 정기 등록후원자 4287명
기탁자 기려 명예전당 마련도

인구감소 대응 장학사업 추진
고향사랑기부제 연계 모색 중

◆장학회 설립 역사

영천시장학회는 2002년 10월9일 설립준비위원회 회의를 열고, 그해 11월 장학회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과 발기인 총회를 가졌다. 같은 해 12월16일에는 법인 설립 허가 및 정관을 제정하고, 다음 날 재단법인 영천시장학회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초대 이사장에는 박진규 전 시장이 취임했다. 이듬해 2월 이사회 총회 및 현판식을 가졌다. 2005년 제2대 손이목 시장, 2008년 제3대 김영석 시장에 이어 2018년 최기문 현 시장이 4대 이사장에 취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0년 '장학금 200억원 조성'을 위한 선포식 및 시민보고회를 가진 영천시장학회는 2014년 100억원, 2019년 200억원에 이어 올해 300억원을 돌파했다. 장학회 임원은 이사 15명, 감사 2명 등 총 17명이며 매년 정기이사회와 분기회를 열어 장학사업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2014년에는 장학금 기탁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천시립도서관 1층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명예의 전당에는 2002년 설립 이후 100만원 이상 기탁한 1천273건의 이름(기관 등)과 직장이 새겨져 있다.

◆감동의 기탁 사연

영천시장학회 총기금 319억원(8월 말 기준) 중 시민 기탁금은 4천758건에 147억여 원이다. 영천시 출연금이 126억원, 이자 수입 등은 46억6천여만 원이다. 그동안 성적 우수자, 우수 교사 등 총 4천503명에게 74억5천여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기탁하는 등록후원자는 4천287명이고, 100만원 이상 기탁은 1천273건이다. 10억원 이상 기탁은 3건으로, NH농협 외에 개인 기탁자도 2명 있다.

첫돌 축의금을 내놓은 쌍둥이, 결혼식 축의금을 기탁한 신혼부부, 파지를 주워 팔아 기탁한 기초생활수급자, 칠순잔치를 위해 수십 년간 모은 정기예탁금 1억원을 기부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그리고 기업인·공무원까지 다양한 직업과 사연을 가진 시민이 장학기금 모금에 참여했다.

특히 성리학 대학자인 지산 조호익(1545~1609) 선생의 후손인 조씨(曺氏) 4남매는 10억원을 기탁했다. 장학기금 200억원 조기 달성의 숨은 공신인 조씨 4남매는 201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10억원의 장학금(지산 조호익 장학금)을 내놨다. 이들 4남매는 맏이의 생전 칠순 때 '세상 떠나기 전 좋은 일을 하고 가자'며 의기투합한 뒤 2015년 10월 맏이가 별세하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학금을 기탁했다.

2017년 12월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장학회에 전화를 걸어 기탁방법을 문의했고, 이로부터 4시간 뒤 10억원이 익명으로 입금돼 업무 담당자는 물론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보낸 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가운데 거래내역 조회 결과, 입금자란에는 '정호'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수소문 끝에 기탁자는 화신그룹 정호 회장, 전화를 건 남성은 정 회장의 아들 정서진 〈주〉화신 대표이사로 밝혀졌다.

◆새로운 20년 설계

영천시장학회의 주요 장학사업으로는 중고생 입학(졸업) 장학금, 명문대 입학 및 수능 우수 장학금, 우수교사 연구비, 초등생 글로벌 해외연수 지원 등이 있다. 최기문 이사장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며 장학사업 다양화와 지급규모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지방소멸 대응 및 선순환 기부문화 정착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성적 우수자 등 교육 중심 장학사업에서 벗어나 복지나눔 장학사업, 인구감소 대응 장학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꿈 장학금(고등검정 합격 시 학교밖 청소년과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지급), 대안학교 우수학생 장학금, 어울림장학금(전입학생 교우관계 형성을 위한 지원금), 대학생 생활비 지원(교통비 포함), 영천사랑장학금(고교 3학년 재학 중 관내 기업체 취업 지원)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영천시장학회는 설립 초기 수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이젠 기탁자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개인이 고향 등 거주지 이외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 세액을 전액 공제받고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가 주민복지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와 맞물려 고향에 대한 기부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사진=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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