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수실경 '뮤지컬 박서생' 리뷰

  • 손병태 부산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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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9   |  발행일 2022-09-29 제21면   |  수정 2022-09-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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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태 (부산예술대 교수·〈사〉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수실경 뮤지컬 중 하나를 말한다면 주저 없이 중국 계림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를 꼽을 수 있다. 장장 5년5개월여에 걸친 준비와 600여 명의 인원이 출연하는 대작임에도 특별한 안무와 노래를 하는 주연급 전문 배우 외에는 모두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공연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자 자랑이다.

2003년 전까지 볼거리가 산수밖에 없던 일반적 관광지였던 구이린이란 마을에 중국 정부와 합심한 장이머우 감독이 지역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산수실경 뮤지컬은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계림을 찾게 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뮤지컬은 자연적 산수의 비경을 기본으로 하지만 더 중요한 요소는 산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서사적으로 탄탄히 구성된 스토리텔링과 이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화려한 무대 기법이다. 역동적인 비디오 3D매핑, 웅장한 작곡과 노래, 안무, 무대를 꽉 채우는 앙상블 넘친 연기 그리고 지역주민의 참여 등 많은 분야에서 함께 어우러져 폭발적인 에너지를 창출해 내는 총체적 종합예술이다.

그런 면에서 의성의 '산수실경 뮤지컬 박서생'을 바라본다면 인상유삼저와 닮은꼴이다. 미래의 문화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전통적인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한편,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는 물론, 지역문화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해 전국적인 명소로 변모해 나갈 출발점에 선 셈이다.

의성 비안 출신인 율정 박서생은 비안박씨 5대손으로 추정된다. 1401년(태종 1년) 증광시에 병과로 급제한 데 이어, 1407년 (태종 7년) 중시에 을과로 급제했으며, 세종 때 사헌부 대사헌, 성균관 대사성, 판안동대도호부사 등 중요 관직을 지냈다. 백성을 위한 애민정신을 가진 그는 1428년(세종 10년) 조선 최초의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왔다. 이때 수차(水車)의 이점을 인식하고 도입을 건의해 농사기술의 혁신을 앞당긴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 관한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탓에 '산수실경 뮤지컬 박서생'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파편처럼 남아있는 기록에 의지해 율정의 애민정신과 실학사상 등을 작품 속에 녹여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27곡의 뮤지컬 삽입곡을 바탕으로, 50여 명의 배우와 뛰어난 기술의 비디오 매핑, 희곡, 작곡, 조명, 진행 등 대규모 인원들을 동원해 나흘간의 공연을 만원사례로 성황리에 막을 내리면서 주변의 우려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이 작품에서 압권은 일본 통신사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박서생이 세종의 명을 받들어 수차를 제작하는 장면이다. 주제 장면인 '수차를 만들어라'(삽입곡 25번)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세밀한 고증을 거쳐 소품으로 제작한 수차가 무대 위 양쪽에서 등장한다. 또 비디오 매핑은 수차가 돌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냈으며, 배우들이 한몸으로 만들어내는 군무를 통해 조선 백성들이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모두 한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기쁨의 노래는 작품의 주제를 적절히 표현한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다.

각설하고, 의성군은 '산수실경 뮤지컬 박서생'을 지역의 전통 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한 문화산업으로 연계해 지역의 공연산업 핵심 인재를 발굴 육성과 동시에 청년·노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물론, 지역 문화의 자생력과 공연예술 콘텐츠 발굴을 목적으로 새롭게 탄생한 의성의 이야기 '뮤지컬 박서생'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손병태 (부산예술대 교수·〈사〉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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