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 |
  • 입력 2022-10-06   |  발행일 2022-10-06 제21면   |  수정 2022-10-06 07:24

2022092701000829300035171
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며칠 전 TV를 시청하는데, 어느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방영하고 있었다. 설문조사의 질의문이 '여성이 결혼을 할 때 어떤 사람과의 결혼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이 드나'였는데, 1위가 남편의 연봉보다 중요한 것이 '시부모에게 불효하고, 미래 자녀는 효자인 것이 가장 잘한 결혼'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와 자녀 간은 핏줄로 연결된 천륜의 관계다. 농담으로 치부하고 싶지만 이 같은 설문조사가 사실이라면 이런 이기적인 여성과 결혼하려고 하는 남성은 내가 빚을 내서라도 혼사를 뜯어말리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설문조사가 강퍅한 세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옛날 시골에 사는 어떤 사람이 그의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버지가 연로해지면서 치매가 온 데다 병도 깊어지자 아버지를 산속에 버리려고 마음먹었다. 하루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지게에 진 채 깊은 산속에 들어가 내려놓고 지게마저 버리려고 했다.

그때 함께 간 아들이 "아버지, 그 지게는 집에 가지고 갈게요. 왜냐하면 아버지도 병들면 제가 그 지게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라고 했단다. 함께 간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그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와 잘 모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은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하게 마련이다. 자녀는 태어난 날부터 성년이 돼 새 가정을 이루어 독립할 때까지 긴 세월을 부모와 같이 생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자녀는 부모의 언어와 습관, 행동 등 모든 것을 배우며 자란다. 즉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이 자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평일에는 매일같이 술에 찌들어 늦게 퇴근하고, 주말과 휴일엔 TV 앞을 떠나지 않는 아빠와 가정 일을 팽개치고 밖으로만 쏘다니는 엄마에게 아이가 무엇을 배우겠는가. 휴대폰 게임에 중독됐다고 아이만 탓할 게 아니라 앞서 부모가 어릴 때 어떤 행위를 했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많이 쓰면 그 가정의 자녀 역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 있다.

아빠가 엄마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사용하면 자녀들도 이를 본받아 그렇게 할 것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무능력하고 돈을 잘 못 벌어온다며 무시하고 타박하면 자녀 역시 그의 배우자에게 그럴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영원한 반면교사다. 부모가 "바담 풍(風)"이라 말하면서 자식들에게 어찌 "바람 풍(風)"이라 말해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부모가 수신(修身)이 되지 않고선 제가(齊家)는 멀 수밖에 없다.

'비행 부모는 있어도 비행 청소년은 없다'라는 격언도 있듯이 자라나는 아이에게 교육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일찍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도 거저 생긴 게 아니다. 아이가 장성해 시집 장가를 갈 때 먼저 그 시부모와 장인·장모 간 금슬을 살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자녀에게 있어 부모는 가장 큰 스승이고 거울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나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속담이 그 예다.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은 곁에서 듣고 보는 아이들에겐 평생 기억에 남는다.

좋은 부모 되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그럴수록 부모는 자녀에게 본이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 또한 애국의 한 방법이다.

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