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야당의 첫 해임건의안이 29일 결국 통과됐다. '본회의 처리'를 자신했던 민주당은 이날 해임건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향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 프레임을 굳히는 데 총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여론전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6시에 속개된 국회 본회의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단체로 퇴장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투표 결과 재석 의원 총 170명 중 찬성 168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해임 건의안은 가결됐다. 역대 7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다. 6석의 정의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해임건의안은 박 장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하여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임 건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대 장관 해임건의안은 모두 6번 통과됐고 그중에 5명의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가결된)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더 큰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임 건의로 인한 정쟁의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해임 건의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나타내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기자들에게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의회 폭거'로 규정하며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토론과 협의를 통해 운영돼야 하는 국회가 '정부 발목 꺾기'에만 집착하는 민주당의 폭거로 또다시 무너졌다"며 "교섭 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단독 상정, 통과된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