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7080라이브 카페 간판을 단 곳은 뮤지션이 아닌 손님들이 무대서 라이브공연

  •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 |
  • 입력 2022-09-30   |  발행일 2022-09-30 제37면   |  수정 2022-09-30 09:26
[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7080라이브 카페 간판을 단 곳은 뮤지션이 아닌 손님들이 무대서 라이브공연

외국에서의 오랜 여정을 끝내고 고국에 정착하려고 하니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마치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사회시스템 전체가 낯설었던 것이다. 적응이 되지 않아 몇 개월을 쉬면서 본가의 다락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기타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본가에 화재가 났을 무렵 사촌 동생이 기타를 배운다고 가지고 있었기에 살아남은 내 물건 중 하나였다. 친척이 기타공장을 한다던 내 친구가 그곳에서 가져온 두 대 중 한 대를 나에게 선물한 것인데 깐깐한 외국 바이어의 주문생산품이어서 튜닝이 정확했고 픽업과 부품들도 좋은 기타였다. 한때는 무대에서 사용도 했었지만 결국 다른 기타들에 밀려 연습용으로 전락한 뒤로는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망가진 픽업을 교체한 뒤 넥과 너트를 튜닝하고 매니큐어로 상처들을 메꿔주며 든 생각은 주인을 잘못 만난 이 기타가 참 안쓰럽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악기를 의인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날 많은 시간을 함께한 사람에게 너무나 무심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 문득 깨달았을 때, 그 감정도 어쩌면 이 느낌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낡은 기타를 정성스레 튜닝을 하는 동안 내 품을 거쳐 간 기타들과 그 시절의 추억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몇 개월을 쉬고 난 뒤, 달라진 라이브무대가 궁금해서 여러 곳을 구경하러 다니다가 콩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아우를 알게 되었다. 음악 성향도 맞았고 거기에 더해 어쿠스틱기타와 콩가의 조합이 우리를 더 가까워지게 했다. 어느 날, 그 아우가 느닷없이 인천의 대형라이브클럽에서 연락이 왔다며 가보자고 했다. 내 계획과는 달랐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튜닝을 한 기타를 챙긴 뒤, 그 아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마치 장거리 드라이브를 하듯 들뜬 기분으로 몇 시간을 달려 인천의 라이브클럽에 도착했다.

[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7080라이브 카페 간판을 단 곳은 뮤지션이 아닌 손님들이 무대서 라이브공연

오디션이나 다름없는 무대를 마치고 나니 업주가 계약을 하자고 했지만 내가 다음날 하자고 했다. 클럽 분위기와 음향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우리는 듀오를 결성했고 초기에는 매일 밤 두 곳의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그런데 7080라이브카페라고 간판을 단 곳은 라이브클럽과 달리 공연하는 뮤지션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 곳에서는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것이 아니고 손님들이 무대에서 라이브공연을 했다. 예전에는 회관이라는 곳에서 밴드의 반주로 손님들이 노래를 했었지만 무대에서 하지는 않았다. 그즈음 서울과 부산에는 뮤지션이 라이브공연을 하는 카페들이 있지만 다른 지역은 거의 없다고 들었다. 강렬한 조명을 정신없이 쏘아대는 클럽무대에 일 년 동안 있으면서 선글라스를 꼈는데도 눈은 점점 나빠지고 너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빨리 카페를 만들어서 내 마음대로 음향시스템과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조급함이 나를 더 힘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싱어송라이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