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락할 땐 안전을 잡을 수 없다

  • 김재관 안전보건공단 대구 광역본부 건설안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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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2   |  발행일 2022-10-12 제29면   |  수정 2022-10-12 07:56

김재관부장님
김재관 안전보건공단 대구 광역본부 건설안전 부장

'추락(墜落)', 높은 곳에서 떨어짐.

추락은 모든 산업에서 발생하는 전체 사고 사망 재해의 약 30%를 점유하는 재해 발생 형태로서 특히 조립, 해체작업 등 고소작업이 많은 건설현장에서는 약 50%를 점유할 정도로 사고 사망에 있어 주요한 위험요인이다.

만약 A라는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개구부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개구부 주변을 지나가다가 발을 헛디뎌 높이 약 20m의 개구부로 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그 노동자가 바로 '나'라고 상상해 보자.

20m 높이 아래로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까. 그 순간 나로서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나와 함께 사는 가족 그리고 많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던 친구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게 될까.

또한 떨어지기 직전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개구부 위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던 나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추락사고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높은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건설현장 등 특수한 작업환경에서는 2~3m의 낮은 높이에서도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건설현장 작업 중에서는 특히 거푸집 및 철골조립 등 구조물 작업 진행 과정에서 추락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때 개구부 주변과 슬래브 단부에 기본적인 안전난간, 덮개 그리고 근로자의 안전대 등 추락방지 조치가 있었다면 분명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이다.

또 다른 주요 발생요인으로 '이동식사다리'가 있는데, 구매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해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작업발판 대용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동식사다리 답단을 밟고 불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하다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동식사다리 대신 이동식비계, 고소작업대 등 안전한 작업발판을 사용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이동식사다리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경우 높이 3m 이하의 것을 사용하고 2인 1조로 작업하여 전도와 추락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망 사고 발생현장에서는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난간 등 추락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세규모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안전대 등 추락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다시 내가 추락사고를 당한 가정으로 되돌아가서 몇 가지 가정을 추가해 보자.

사고 당시 현장의 외부비계가 건물 외벽에 최대한 가까이 설치되어 있었고, 외벽과 비계 사이에는 가설통로 및 추락방지망 등 안전시설이 충분히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작업 시작 전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대 부착설비에 안전대를 걸고 작업을 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위의 가정이 한 가지라도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단언컨대 그 상황에서 나는 추락하지 않고, 안전을 잡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나의 일'이 아닌 사고(Accident, 事故)가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전불감증을 떨쳐버릴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일하는 사람들의 일터가 안전해질 수 있도록 근로자 사업주,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관 (안전보건공단 대구 광역본부 건설안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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