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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예로 든 버스, 컴퓨터, 피아노란 외래어를 우리는 한국어로서 어느 정도로 이해하며 사용하고 있을까.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대체로 이 낱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고 있다. 마치 물·불·하늘과 같은 고유어를 대하듯 일상 용어로 이 말들을 사용한다. 외래어로 사전에 오를 정도로 널리 사용되었고 그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영어를 아는 사람들은 이들 낱말의 한글 표기뿐 아니라 bus, computer, piano란 로마자 철자도 알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들 낱말이 복수의 뜻을 지닌 것도 알 것이며, 더 나아가 어원과 파생어까지 아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버스·컴퓨터·피아노를 단지 어떤 사물의 이름으로만 아는 사람과 이들 낱말의 복합어와 파생어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대화할 때, 소통에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리는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외래어 어휘력의 차이를 우리 언어생활의 문제점의 하나로 본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버스'보다는 'bus'의 수준으로 활용되도록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차피 사전에 '컴퓨터'와 '피아노'란 낱말을 올렸으니, 'computer'와 'piano' 정도는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으로 볼 때 외래어로 채택된 낱말의 원어를 이해하는 정도는 그다지 어렵진 않겠지만, 표준어로 국어사전에 낱말을 올리는 행위에는 국가의 책임과 이에 걸맞은 의무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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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엽 (한자연구가) |
외래어로서 버스·컴퓨터·피아노만 아는 것과 bus·computer·piano를 함께 아는 것의 차이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동차·계산기·풍금만 아는 것과 自動車·計算機·風琴을 배워 함께 아는 것과의 차이 또한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쓰지 않더라도 배워야 할 것이 여럿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바로 한자가 아닐까? 국어사전에는 한자가 반드시 병기되어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한자를 꼭 가르치고 배워야 함을 외치는 무언의 웅변이 아닐까?
한자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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