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 17개국 기자단 초청행사 취재기] <상> 대만 "단 한 번도 中 일원이었던 적 없어…대만 미래는 대만이 결정"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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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  수정 2022-10-13 13:59  |  발행일 2022-10-07 제3면
中-대만 해협위기 고조..."결국엔 민주주의 승리"

[대만 외교부, 17개국 기자단 초청행사 취재기]  대만 단 한 번도 中 일원이었던 적 없어…대만 미래는 대만이 결정
지난달 26일 대만 위생복리부가 타이베이 청사에서 영남일보를 포함한 국제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이 부쩍 늘고 있는 최근, 대만 정부는 자국 이슈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지구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대만으로서는 남의 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이런 차원에서 대만 외교부는 9월25일부터 10월1일까지 6박7일간 17개국 19명의 기자를 초청해 대만의 정치·경제·과학기술·문화 시설 등을 취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남일보 취재진은 두 차례 대만 취재기를 연재한다.

對중국 사무 총괄 대륙위원회
대만에 개입 용인불가 못박아

외교부장 "中침략 만반의 대비
우리 스스로 방어하는 게 책임"
'동아시아의 우크라' 시선에는
전쟁 멀지 않았다는 견해 밝혀

"대만 상황을 세계에 알려달라"
국제사회 지지 염원도 드러내


"대만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에서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타이틀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치우추에이쩡(邱垂正) 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의 발언이다. 대륙위원회는 대만 정부의 대(對) 중국 사무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이번 일정에선 대만의 각종 외교·안보·국방 등 분야 기관 방문 및 관계자와의 만남이 주를 이뤘다.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정책, 이른바 '원 차이나'(One China) 정책이 대만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평화통일'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로서 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지만, 대만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독재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군은 8월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빌미로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항공기와 군함으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도발을 지속하면서 대만해협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중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될 2027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심지어 결전의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운이 감도는 대만. 이곳 정부 관료들은 '민주주의' 사수에 대해 큰 가치를 뒀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이겠지만, 바라건대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치우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중국의 일원이었던 적 없다. 대만의 미래는 2천300만 대만 국민이 결정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의 개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러면서 "대만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모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홍콩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보라. 신장 문제 역시 중국이 어떤 변화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아시아에선 중국의 군사 행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은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 정책은 국내적 '프로파간다(선전술)'이며, 이는 바깥 커뮤니티뿐 아니라 중국 국민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대만 정부는 스스로 중국의 침공을 방어할 능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국방안전연구원은 "우리는 시 주석이 3연임할 것이라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침략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명심하고 있다"며 "대만인은 대만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 누구라도 조국을 지킬 것을 원한다"고 했다.

우 외교부장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의지할 수 있다. 중국이 침략할 경우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대칭적인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또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 대만의 책임이다. 우리가 스스로 방어할 의사가 없다면 다른 나라에 대만을 도와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도 했다. 물론 그 기저에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염원하는 심리도 깔려 있었다. 쉬리웬(徐儷文) 외교부 주임비서의 주재로 열린 오찬에서 한 참석자는 "우리의 상황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것은 언론"이라며 "세상 모든 사람이 대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도록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대만이 '동아시아의 우크라이나'라는 시선도 있다. 우 외교부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자행한 일을 미디어를 통해 봤을 때, 이곳 사람들은 우리에게 전쟁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편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리적으로 매우 떨어져 있지만, 지지를 보내고 싶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리도 민주주의 국가들과 합쳐 러시아를 규탄했다"고 했다.

한편 양안 간 경제 교류는 활발하다. 자연스럽게 양자 간 무역 의존도가 높다. 특히 중국은 대만에 반도체 등 핵심 중간재를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올 1~8월 대만의 대중 수출은 831억달러인데, 이 중 반도체 수출이 51.8%인 430억달러다. 대만의 대중 반도체 무역수지는 223억달러 흑자로 전체 대중 무역흑자(240억달러)의 92.7%를 차지했다. 이런 탓에 지금까지 대만의 반도체는 중국의 침략을 막는 '방패'로도 통했다. 역설적으로 대만 정부는 앞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역을 다양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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