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미군 폭격 사건 유족회 '추모공원·위령비 건립' 절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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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0  |  수정 2022-10-09 15:48  |  발행일 2022-10-10 제8면
한국 전쟁 때 피난길에 오른 주민 35명 미군 폭격에 숨져

진실화해위, 희생된 피해자 구제 위해 미 정부와 협의 권고
경주 미군 폭격 사건 유족회 추모공원·위령비 건립 절실
9일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 주차장에서 "제11회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열린 가운데 이원우 유족회장이 초헌관으로 잔을 올린 후 절을 하고 있다.

6·25전쟁 때 경북 경주시 강동면 기계천 일원에서 미군 폭격으로 희생당한 주민들의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건 유족회는 9일 강동면 양동마을 주차장에서 ‘제11회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전 희생자 합동 위령제’를 열고 억울하게 희생된 주민 35명의 영령을 위로했다.

이날 위령제는 유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위령제, 추모식 등으로 진행됐다.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건은 1950년 8월 14일 폭격 명령을 받은 미국 공군기가 네이팜탄 폭격과 기관총 사격으로 경주로 피난을 가기 위해 기계천을 지나던 강동면 안계리 주민들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원우 유족회장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핵 개발로 72년 6·25의 참화보다 더 극심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정의·인권·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은 승자도 없는 비참한 폐허와 피해자만 남아 양민의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며 “합동 위령제가 추모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인권신장과 평화정착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영문도 모른 채 피난민 70여 명이 집단으로 숨졌으나, 이 가운데 35명만 확인됐다. 정부는 미국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고, 추모공원과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9월 25일 한국전쟁 때 발생했던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건’으로 민간인이 집단 희생된 사실을 확인하고, 희생된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할 것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경주 기계천 미군 폭격 사건은 1950년 8월 14일 경주시 강동면 기계천에서 집단으로 피난길에 오른 민간인이 미군 폭격으로 이석영(당시 33세) 씨 등 35명이 희생됐다. 민간인 희생자는 최소 35명(남자 19·여자 16명)으로 확인 희생자 30명·미신청 희생자 1명·추정된 미신청 희생자 4명이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9명도 희생됐다.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심동·사곡·삽실·구경·초감) 주민들은 이날 북한군이 쳐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군인의 눈에 잘 띄는 곳으로 피난해야 피해가 없다”라는 마을 어른의 주장으로 마을 서쪽의 기계천으로 피난길에 올라 미군 전폭기 2대가 남쪽에서 날아와 1대씩 번갈아 가며 20분 정도 폭격했다. 미국 공군 문서에 따르면 미군 공군 제18 전폭 기단 소속의 제39 전투 편대가 피난민이 모인 강둑에 폭격했다고 기록돼 있다. 폭격은 낮 12시 30분에서 오후 2시 40분까지 F-51 전폭기 2대로 이뤄졌다.


글·사진=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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