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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
올해는 유난히 재난이라 불릴 만한 극심한 기상이변이 전 지구적으로 빈발해 인류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북극의 기온이 38℃를 기록하고 폭염과 산불, 유례없는 가뭄이 계속된 지역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로 인해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모든 것이 휩쓸려 가버린 지역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이 인류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기술, 문명의 발전과 그로 인해 주어진 편리함의 유혹은 결국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라는 대가로 되돌아온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시계를 늦추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해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 그에 대한 합의와 실천은 더디기만 하니 먼저 개개인이 자신의 위치에서 지금 당장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렇다면 질병과 환경 그리고 의약품들은 서로 관련이 없을까. 현대의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 질병의 모든 원인과 치료법을 찾은 것은 아니고, 밝혀지지 않은 여러 질병의 원인 중 하나가 환경오염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조금 비약하자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부터 고통받는 것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의약품 사용을 좀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함으로써 우리 주변 생활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우선 각자의 가정에서 보관하고 있는 의약품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 섞여 있지 않은지, 혹은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잊어버려 약이 남아있는 데도 진료 시 복용을 빠뜨렸다고 말하기 민망해 처방만 꼬박꼬박 받아 약이 쌓여가고 있지는 않은지, 효과가 좋다는 주변 말만 듣고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품을 덜컥 구매해 사용하지도 않고 한편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지는 않은지….
보통 각 가정에서는 상비용으로 몇 가지 의약품을 준비해 두곤 하는데 가급적 소량씩만 구비할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는 약국이나 병원이 주거지역 내에 근접해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많은 양의 의약품을 구비해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증상에 따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의약품을 구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약물사용 습관이다.
또한 만성질환으로 인해 장기간 처방 의약품을 복용할 경우 복용을 빠뜨려 약이 남을 때는 다음 진료 시 남은 의약품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 필요한 일수만큼만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처방약 복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료의가 모를 경우 처방의 변경요인이 있을 때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이는 곧 질환 관리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약사회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 지역보건소와 함께 폐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4~5개월, 짧게는 2~3개월 안에 커다란 자루에 가득 채워지는 폐기 약품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야말로 자원 낭비이자 심각한 환경오염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의약품을 준비, 유효기간 내에 사용하고 처방 의약품이 남아 있을 경우 수량을 조절해 처방받아 잘 복용하고 그래도 폐기해야 할 의약품이 발생하면 종량제봉투 등에 다른 쓰레기와 섞어서 버리거나 싱크대 등에 버려서 토양, 물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가까운 약국을 찾아 폐기하는 것이 습관처럼 익숙해졌으면 한다. 내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환경을 보호하고 그로 인한 질병 발생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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