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스마트폰에 지배되는 세상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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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1   |  발행일 2022-10-11 제31면   |  수정 2022-10-11 06:43

[CEO 칼럼] 스마트폰에 지배되는 세상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얼마 전 일이다. 외부에서 일을 보고 집에 가려던 중 휴대폰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어 전화기가 꺼졌다. 집을 가야 하는데 어째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20분을 넘게 주위를 서성이다 버스정거장 하나를 찾았다. 이 많은 버스 노선 중에 집 근처에 도달하는 역은 없었고 어떻게든 환승을 해서 가야 하는데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 환승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30분을 넘게 서성이다 다행히 택시 한 대를 발견해 겨우 집에 돌아왔다. 이 경험은 나에게 굉장히 불편한 생각 하나를 갖게 만들었다. '내가 지배되고 있었구나.'

평소 나는 카카오 택시와 같은 택시 앱(APP)을 사용한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후 원하는 출발지에서 바로 탑승해 목적지까지 이동을 한다. 종종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네이버 지도와 같은 지도 앱을 사용하는데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를 검색하면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를 상세히 안내해 준다. 지하철이라도 타야 한다면 몇 번 출구에서 나와야 하는지까지도 친절히 안내해 주기에 온전히 지도 앱에 기대어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택시 앱과 지도 앱은 우리 삶에 굉장히 큰 편의를 가져다 주었지만 한편으로 문득 이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 즉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 큰 불편함을 끼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2019년 미국 조사기관 퓨 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인구의 95%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5% 또한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어 전체 인구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나라인 것은 맞지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용에 능숙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뱅킹은 물론 은행 OTP카드를 사용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도 주위에 흔치 않게 보이지 않는가. 문자를 쓰고 주고받는 기능보다는 오직 전화 기능만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어르신들도 존재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구매하기가 어려운 시장 환경이니 스마트폰 보유율이 전 세계 1위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일반 휴대폰이 시장에서 유통되지를 않는데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러니 고령의 어르신들 또한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사용의 능숙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세상은 발전하여야 하고 진보되어야 한다. 당연히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떠한 발전과 변화는 취약계층을 더 크게 낙오되고 도태되게 만들기도 한다. 나의 어린 시절엔 흑백의 16화음 휴대폰을 사용했었지만 이제는 키패드도 사라지고 화면에 터치를 하는 시대다. 그뿐인가. LCD가 접히기까지 하는 세상이 왔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삶은 더 편리하고 윤택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모든 부분에 있어 이제는 이 스마트 기기, 서비스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의존하며 살아가게끔 변화했다.

택시 앱이 없으면 택시승강장이 아닌 이상 택시를 잡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공중전화부스는 역사 부근이 아니면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그뿐인가. 배달 앱이 없으면 배달도 시키기 어려운 세상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 전화기능을 넘어서 이미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것은 차츰차츰 물들다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기기로 인해 편리해지는 세상은 환영이지만 이에 따른 과의존성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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