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전국체전에 뜬 金 자매들"…경북 빛낸 가족의 힘

  • 최시웅
  • |
  • 입력 2022-10-10   |  발행일 2022-10-11 제28면   |  수정 2022-10-10 18:03
강보라미르
'태권 자매' 강보라(오른쪽)·미르 자매가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여자 일반부 -49kg급과 -46kg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낸 뒤 환화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보라·미르 자매 제공>
clip20221010172801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 여자 19세 이하부 자유형 68kg급 우승을 차지한 배서연(오른쪽)과 공기소총 여자 19세 이하부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쥔 배서영 자매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서연·서영 자매 제공>

경북의 자매들이 전국을 제패하고 나섰다. '태권 자매'로 유명세를 알린 강보라·미르 자매는 명불허전 실력을 자랑하며 정상에 올랐고, 배서연·서영 자매는 각각 레슬링과 사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따로, 또 같이"…'태권 자매' 강보라·강미르 자매
태권 자매의 언니 강보라는 10일 울산 문수체육관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여자 일반부 -49㎏급 결승에서 심재영(강원)을 17-4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앞서 지난 8일 동생 강미르가 이미 -46㎏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태권자매는 다시 한번 나란히 국내 무대를 발아래 두게 됐다.

강보라는 "코로나 19 유행으로 지난해 대회가 많이 취소된 탓에 올해 대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겨운 중에 전국체전에서 우승해 기쁘다"며 "좋은 선수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긴장을 놓치지 않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실력도, 인성도 꾸준히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보라·미르 자매는 평소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훈련한다. 서로 친구, 경쟁자, 코치가 돼주면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강보라는 "힘든 점을 서로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고민 상담을 하더라도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미르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세지만, 반대로 미르는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센스 면에서 내가 따라갈 수 없다. 더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야겠다고 배운다"고 설명했다.

강미르는 "내가 언니에게 많이 의지한다. 언니와 있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배울 점도 많아서 항상 같이 훈련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곤 한다. 가끔은 언니보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타이밍을 잡는 것이나 이기는 방법을 찾는 건 내가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워낙 태권 자매로 유명한 탓에 한 명이 금메달을 먼저 따면 남은 한 명이 심적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두 자매는 이제 이러한 부담감도 유연하게 넘길 정도로 선수로서 성숙해졌다.

강보라는 "예전엔 주위의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험을 쌓으면서 이제는 '동생이 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넣고 있다"고 했고, 강미르도 "같이 나가는 대회는 계속 같이 1등을 하고 싶다. 그래도 같은 체급에서 뛰는 올림픽에서는 내가 이기고 싶어 힘과 체력을 기르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 "냉정과 열정 사이"…레슬링 배서연·사격 배서영 자매
경북체고에 재학 중인 배서연·서영 자매는 레슬링과 사격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종목에서 '자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3학년 배서연은 지난 9일 레슬링 여자 19세 이하부 자유형 68㎏급에서 우승을, 1학년 배서영은 7일 공기소총 여자 19세 이하부 단체전에서 서유리·양화경·조예은과 함께 대회 신기록(1,874.7점)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배서연은 "어깨를 조금 다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고등학교 마지막 시합을 잘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 막상 경기장에 올라가니 통증이 가시고 몸도 잘 움직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언니 배서연이 결승을 앞두고 한껏 긴장하고 있을 때 동생 배서영이 경기장을 찾아 손을 맞잡은 채 금메달 기운을 전해줬다. 고등학생이 된 후로 더 친해져 학교에서도 같이 있고, 경기가 있으면 서로 찾아가 응원을 전해준다고 한다.

레슬링은 신체를 한껏 활용해 상대방과 부딪히는 열정적인 종목이다. 반대로 사격은 몸싸움은커녕 숨까지 참아가며 정신력을 집중해야만 하는 냉정한 종목이다. 정반대인 두 종목을 선택한 자매는 의외로 평소 조언도 주고받는다.

배서연은 "동생에게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다. 이번에도 동생이 응원을 와준 덕에 안정을 찾았다"고 했고, 배서영도 "언니가 하는 운동을 나는 못 할 것 같다. 언니가 운동을 잘해서 같이 있으면 든든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두 자매의 정신적인 지주는 아버지이자 경북체고 레슬링 코치인 배만구 코치다. 배 코치는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낸 실력자다. 배 코치의 영향으로 언니 배서연이 레슬링을 시작해 맹활약하고 있고, 동생 배서영이 사격에 소질을 보이자 직접 공부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 코치는 "두 딸이 모두 밝은 성격을 갖고 있다. 둘 다 목표가 분명하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갖고 있어 아버지로서 자랑스럽다"면서 "나도 운동을 오래 했고, 지금 코치까지 왔다. 운동이 힘든 건 레슬링이든 사격이든 같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아이들이기에 잘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울산에서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