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플라스틱 도로에 주목해야 한다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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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2   |  발행일 2022-10-12 제30면   |  수정 2022-10-12 08:26
플라스틱 재활용 도로 탄생
탄소배출량 줄여 친환경적
설치 빠르고 내구성도 우수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대안
세계 각국 기술개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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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버려진 플라스틱을 보면 나는 도로를 떠올립니다." 2018년 9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만으로 만든 도로(plastic road)를 완성한 개발자가 한 발언이다. 네덜란드 북동부 즈볼러에 건설된 이 자전거 도로는 길이 30m에 불과했지만 21만8천개 이상의 폐플라스틱 병을 활용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도로는 바다와 소각장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긴 플라스틱 패널을 가져와 현장에서는 레고처럼 조립하는 형태였다. 패널 옆에는 교통측량을 위한 센서와 인터넷 및 전선 케이블, 다용도 파이프를 설치하고 도로 밑에 공간을 두어 빗물의 배수와 저장을 적절히 조정하는 기능도 갖추었다.

플라스틱을 도로로 활용한 사례는 그전에도 있었다. 호주에서는 2001년 아스팔트에 플라스틱을 섞는 방식을 처음 개발했다. 두 물질은 긴 가닥의 분자들을 단단하게 묶는다는 특성을 살린 것이었다. 인도에서는 플라스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세척 과정을 거쳐 균질하게 만들었다. 2004년 첸나이 지방에 만들어진 1천㎞의 플라스틱 도로는 2019년 12월까지 인도 전역에 3만3천700㎞로 확대되었다. 영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플라스틱 비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플라스틱 첨가 아스팔트 도로는 아스팔트 도로보다 마모가 잘되지 않는다. 물을 흡수하지 않고, 유연성이 높으며, 노면도 깨끗하게 유지된다. 유지보수비도 낮고 소리도 잘 흡수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이 섞이면 날씨에 따라 표면이 분리되기도 한다. 도로 위의 플라스틱은 열, 마모, 유출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면서 생활환경으로 유입될 우려도 있다.

네덜란드의 플라스틱 도로는 아스팔트를 섞지 않고 순수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네덜란드는 두 개의 도로를 만든 후 18개월간의 다양한 시험 결과 표면의 온도, 내구성, 내마모성, 배수 처리 능력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립식 패널은 속이 비어 가볍고 운반이 쉬워 설치 속도도 훨씬 빨랐다. 무엇보다 아스팔트 도로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70%까지 줄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플라스틱 도로가 극한 기후조건에 견디는 내구성이 있고 비용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최근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역내의 모든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초기 단계에 있는 플라스틱 도로의 확산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오늘날 플라스틱 오염은 세계적인 이슈다. 플라스틱 제품은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지만 지구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쳤다. 1950년대 이후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 중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이다.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거대한 '플라스틱 덩어리(Garbage Patch)'는 오염된 지구촌의 비극적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비록 플라스틱으로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아이디어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의 건설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매년 약 9천6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아직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지만 플라스틱 도로는 훨씬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이다. 플라스틱이라는 건설과 토목 공학 분야의 놀라운 진화를 응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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