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윤석열 정부 꼭 이렇게 가야 하나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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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2   |  발행일 2022-10-12 제31면   |  수정 2022-10-12 06:42

[영남시론] 윤석열 정부 꼭 이렇게 가야 하나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임기 5년의 윤석열 정부, 출범 얼마 안 되지만 이상하게 나아간다. 지난달 비속어 사건 예를 들면, 초기에 털어놓고 사과했다면 창피하긴 해도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연일 확장성의 뉴스가 생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 MBC고발, 외교장관해임 가결, 해임거부, 국회의장 사퇴건의 등으로 번져갔다. 패러디도 산출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토픽이 되고 있다.

돌아보면 발단은 단순했다. 바이든을 잠깐 만나고 나오면서 대화를 떠올리며 혼잣말처럼 "'이XX들' 승인 안 하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 이게 전부다. 말(언어)은 고정불변의 특성이 있기에 누구나 말조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비속어를 별생각 없이 사용하였고 그 말은 고정불변이 되고 말았다. 비속어만 순화하면 "그들이 승인 안하면 바이든이 난처해져서 어쩌지?"가 된다.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이다. 바이든을 염려하는 마음도 비친다. 따라서 발화 시점과 장소와 문맥을 보면 'XX'도 '쪽팔릴 대상'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게 다다.

그러나 이 부분이 뜻밖에 노출되고 뉴스가 되면서(저명인일수록 사소한 말실수도 뉴스밸류가 높아진다)복잡해진 것이다. 문제는 비속어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힘과 현 정부의 핵심들은 '미국 대통령, 동맹국'과 결부시키며 오랜 시간 궁리한 것 같다. 이때에도 사실 그대로 밝히고자 했으면 해프닝 수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실이 아닌 거짓의 속임수로 무마하려 했다. 숨기고 바꾸고 떠넘기고 하니까 일이 더욱 커지고 만 것이다. 엎어진 물을 담기 위해 음성전문가도 서울대 명예교수도 동원됐다. 자꾸 들으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린다고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들은 많은 매체가 보도했음에도, MBC 하나만 표적으로 삼았다. 비우호적인 "한 놈만 팬다"는 식이었다. 공동취재단의 공동취재였는데도 '가짜뉴스'라 프레이밍하고, 발원지로 규정하고, 떼 지어 항의하고, 고발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왜곡 조작된 허위의 뉴스, 의도적인 목적성을 띠기도 하는 것을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는데, MBC의 보도는 가짜뉴스가 될 수가 없다. 공동취재단의 제작영상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보편적으로 들리는 대로 자막을 처리한 게 어째서 근거 없고 왜곡 조작된 가짜뉴스인가. 고의로 단독으로 자막을 조작하여 먹칠할 목적성 찾기도 희박하다. 만약 가짜뉴스라면, 같이 보도한 모든 매체가 가짜뉴스를 유포한 희대의 대사건이란 말인가. 코미디도 아니고 쇼도 아닌, 추태다. 내가 보기 딱한 것은 언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정부·여당의 언론인 출신들이다. 앞장서서 열 몫 더한 게 기가 찰 일이다. 과거 '진실 추구'를 꿈꾸었을 오랜 언론경력의 이들 장본인도 속으로는 자신의 행각을 비웃지 않았을까? 3공·5공 시대 회귀 같았다.

윤석열을 옹립한 그들은 'MBC=가짜뉴스'라는 깃발을 흔들며 교란하고 있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까지 못할 줄은 몰랐다. 대통령이 된 그는 무엇보다 자신부터 공부했어야 했다.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명심했어야 했다. 드러나는 것을 보면 검찰 외에는 모르는 것 같다. 진정성이 안 보이는 이상한 정부, 아무 반성 없이 꼭 이렇게 가야 하나. 지금도 늦지 않다.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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