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토지공개념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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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4 06:45  |  수정 2022-10-14 06:51  |  발행일 2022-10-14 제22면
토지공개념 중요성 말하면
한국에서는 비난받기 일쑤
독일·스페인·이탈리아도
헌법에 토지공개념 규정
잘못된 믿음 고수 옳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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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헨리 조지(1839~1897)는 '사회문제의 경제학'에서 다수의 사람이 갖는 상식적 믿음 속에 너무 틀려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이론, 너무 터무니없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우화, 너무 저속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미신이 얼마든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의 믿음이란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보고 듣는 것을 부지불식 간에 받아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일부다처제, 노예제도, 군주제도, 귀족정치 등 인간의 본성과 정의감에 반하는 터무니없는 제도들이 오랫동안 유지된 데는 대중의 머릿속에서 잘못 형성된 상식적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도 사람을 소유하는 것을 말을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여겼다. 19세기 '자유의 땅' 미국에서 노예제도 철폐 운동을 벌였던 사람들은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재산권을 폐기하려는 '공산주의자, 선동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에서 토지공개념의 중요성을 역설하면, 그런 비난을 받기 일쑤다. 실제로 2017년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지공개념 도입과 지대개혁을 주창하자, 야당이었던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토지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며 민주당 더러 추 대표를 징계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언론에서 토지공개념을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는 기사를 보도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여기에도 그릇되게 형성된 상식적 믿음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일인가?

이런 그릇된 믿음과는 달리, 토지공개념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철학이며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의 현행 헌법은 '토지에 관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의 토지공개념 조항(제122조)을 포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각종 위헌심판 판결에서 토지공개념이 한국 헌법의 정신임을 거듭 확인했다. 헌법학자 가운데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제도가 여전히 미비하고, 또 조항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관련 법률이 도입될 때마다 위헌 시비가 일어나는 문제는 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등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전 국토의 80% 이상을 국가가 소유해 토지공개념을 넘어서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6~7배 무거운 보유세를 부과하며 실질적으로 토지공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모두 자본주의권의 최선두에 선 나라들 아닌가?

사실 토지의 공공성을 부정하여 거기에도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한 것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었다. 조선을 식민지로 병탄한 후 즉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새로운 토지제도가 도입된 후 일본인들의 토지소유는 급증했다. 그 이전 고려왕조와 조선왕조 때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토지제도의 원칙은 강한 공공성을 내포한 왕토사상(王土思想)이었다.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되면서 토지공개념 조항이 들어갔으니, 토지를 일반 상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소유제도가 마음껏 활개를 친 기간은 75년 정도에 불과하다.

토지공개념을 반대하며 마치 스스로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동 생산물의 많은 부분을 취하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은 고단하고, 억울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현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가?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이런 부자연스러운 현상의 배경에 잘못 운영되고 있는 토지제도가 버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번 머릿속에 들어왔다고 해서 잘못된 믿음을 고수하려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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