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미얀마의 언론탄압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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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7  |  수정 2022-10-17 06:52  |  발행일 2022-10-17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미얀마의 언론탄압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기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꼽는다면 아마 미얀마를 꼽을 것이다. 이 나라는 언론인 51명을 수감한 중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57명을 구금한 나라가 됐다. 작년에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형법 조항을 신설하여 혹독한 언론탄압의 도구로 삼았다. 공포를 유발하거나 거짓 뉴스를 퍼트리면 처벌한다는 것. 몇 개 방송국이 방송면허를 취소당했고, 140명의 기자가 체포당했으며 그중 세 명은 사망, 한 사진기자는 심한 고문으로 숨졌다. 한 인권단체는 지난 3월 1만명의 정치인이 구금되어 있다고 추정했고, 7월에는 군사정부 스스로 민주주의 운동가 네 명을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30년 만에 처음 있는 처형이었다.

언론인의 투쟁은 눈물겹다. 격주간 '오웨이'라는 잡지는 마지막 남은 자유언론지이다. 이 잡지는 주로 20대, 30대 기자들이 청년 및 정치문제를 다루면서 최근에는 식품운송노동자의 파업과 육군의 전투력소모 같은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이 잡지는 1836년에 양곤대 학생회가 영국통치반대의 기치를 내세워 창간한 것이다. 그 당시 그 편집자 중의 한 사람이 미얀마의 국부 아웅 산인데 지금 그의 딸 아웅 산 수치는 26년형을 언도받고 복역 중이다. 미얀마 정부는 정보유통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끊어 버리자 이런 상황에서는 출판물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이 잡지 출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잡지의 편집국장인 아웅 세트(22)는 "총을 상대로 펜으로 싸우는 일이 쉽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군부가 체포영장을 발급하자 지금껏 몸을 숨기고 있다. 그 간행물의 인쇄를 맡았던 동료는 이미 군인들에게 사살된 지 오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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