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국감조차 정쟁과 적대정치의 마당이 돼서야 되겠는가

  •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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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7  |  수정 2022-10-17 06:52  |  발행일 2022-10-17 제25면

[단상지대] 국감조차 정쟁과 적대정치의 마당이 돼서야 되겠는가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조선 붕당정치의 폐해는 단순한 추상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안위를 극단적 위험에 빠뜨리곤 했다. 성리학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면서도 목전의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위해 상대당을 위기에 몰아넣으면서 동시에 사직에도 결정적 위해를 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신묘년(1591), 임진왜란 1년 전 조선은 일본에 조선 침략 여부를 살피기 위해 서인 황윤길을 정사로, 동인 김성일을 부사로 통신사를 파견했다. 1년여 만에 귀국한 두 사람의 장계는 판이했다.

황윤길은 '전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위필유병화(以爲必有兵禍))'이라고 했고, 김성일은 '신은 그런 정황을 보지 못했습니다(신 불견기유시(臣 不見基有是))'라고 엇갈린 보고를 했다. 조정에서는 김성일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결국 조선은 1년 후 7년 동안 전 국토를 유린당하는 전대미문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당시는 동인이 조정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당시 훗날 징비록을 쓴 류성룡이 '전쟁이 나면 어쩌려고 그렇게 말하느냐'고 김성일에게 물으니, 김성일은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황윤길과 반대로 보고한 것이라고 대답했다.(류성룡의 징비록)

정치논리가 과하게 개입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당시 조정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동인이 서인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는 안보에 정치논리가, 그것도 파당의 이해가 개입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란 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인과 서인의 붕당 다툼은 계속됐고, 작전 현장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조정 대신들의 탁상공론은 동인 류성룡이 추천한 이순신을 체포하기에 이르고, 조선은 또다시 일대 위기에 빠졌다. 붕당정치가 단순하게 정쟁이 아니라 얼마나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국감이 종반으로 치닫지만 여야의 정쟁은 역대 어느 국감보다 심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에 대한 대응 성격의 한미일 군사훈련을 둘러싼 욱일기 대 인공기 논쟁은 케케묵은 친일과 종북 프레임의 전형이다. 시대착오적 친일 반일 친북 반미 등의 프레임의 이념 공세를 통하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고질적 수법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친일 국방' 프레임을 동원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민의힘도 색깔론을 꺼내 들기는 마찬가지다.

국정감사는 지난해 집행된 예산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고,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가를 점검하는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 중의 하나다. 이를 토대로 다음 해 예산 심의에 참고로 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감이 행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여야 거대정당이 자신이 속한 정당 수장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두둔하기 바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감조차 정쟁과 색깔론이 난무하고, 국익보다 정파와 자신의 이해를 우선하는 행태가 조선의 붕당정치의 폐해와 뭐가 다른가. 조선의 붕당정치도 처음에는 공존의 틀을 깨지 않고 상호공존의 바탕 위에서 성리학 이론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부터 살벌한 적대정치의 무대로 변질되고, 상대를 아예 제거하려는 살육의 정치로 악화됐다. 북한의 군사도발은 단순히 무력시위와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경제와 안보 등 국내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최대 복합위기 상황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여야 정당들은 22대 총선을 의식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다. 이쯤에서 적대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행정부를 견제하라는 국감마저 정쟁의 장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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