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공무원의 나라, 정규직의 나라

  • 조응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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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7 06:49  |  수정 2022-10-17 06:52  |  발행일 2022-10-17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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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통제와 국민의 고통분담도 끝이 보인다. 이제는 평가의 시간이고, 방역에 협력한 국민에 대한 보상의 시간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조치에 자기비용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았고, 방역성과의 가장 큰 공은 국민 개개인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정부는 누구보다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협력에 감사해야 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2020년 3월부터 무려 2년간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금지의 대상이 됐다. 영업손실은 물론이거니와 방역패스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스마트폰 단말기, 태블릿 PC 같은 QR 인증기기와 스탠드형 열화상 체온기와 같은 방역물품을 자비로 구매해야만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동시에 영업손실을 감수하는 지난 2년을 보내온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동안의 협력과 손실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영업손실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기준을 만들고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동안 복지국가 대한민국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제도권 밖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였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표적인 복지제도라 할 수 있는 실업급여, 출산휴가, 육아휴직 같은 제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고용보험 임의가입이 가능하지만, 실제 실업급여를 받기는 어렵고, 유급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모두에게 필요한 국가적 과제들이 시행되는 순서들과 혜택 차이를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위는 더욱 뚜렷해 보인다. 대표적인 저출산 정책 중 하나인 난임치료휴가와 난임휴직 관련 법 개정을 예를 들어보자. 법이 개정되는 순서는 공무원, 군인, 교직원과 같은 순이었다. 그다음이 근로기준법 같은 일반법이 바뀌어 대기업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까지 제도로 편입된다. 물론 이 안에서도 공무원들과 일반 근로자 사이에는 유급일수나 휴가일수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하루도 영업장 문을 닫을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5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영업자다. 이 중 고용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무려 421만명이다. 앞서 말한 방역정책뿐 아니라 일하는 국민으로서의 모든 의무 또한 빠짐없이 이행하는 국민이지만 의무 이행에 따른 국가의 보호나 보상은 보다시피 형편없이 부족하다.

나는 최근에 '예비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동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예비군 훈련기간을 공가로 인정받아 임금 전액을 보전받지만. 개인사업자 같은 소상공인과 특수형태근로자들은 훈련기간 동안 생계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훈련참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하자는 것인데 동의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실업의 위기를 대비하는 것 등은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휴가신청서로 가능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생계를 걸어야 하는 것이라면 과연 국가가 모든 국민을 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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