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성공한 축제인가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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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  수정 2022-10-20 06:40  |  발행일 2022-10-2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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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기자〈경북부〉

3년 만에 열린 '2022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올해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축제가 끝난 지 보름 정도 지난 상황에서 일각에선 '성공 축제'라는 자화자찬이 나온다. 하지만 '성공적이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임기응변 땜질 축제'라는 지적이 자리해 있다. 이번 축제는 소위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은 축제'였다. 개막을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두고 축제 장소가 원도심으로 전격 변경됐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 내부에선 '신임 단체장이 하라면 해야지 다른 방법 있냐'라는 자조의 말도 나왔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외형적으로나마 축제를 무난히 치러낸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안동시는 원도심 상권을 되살리는 데 축제의 초점을 맞췄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명분에 치중하면서 잃어버린 실리도 많다. 특히 탈춤페스티벌이 오랜 시간 간직해 온 여러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도 한다.

올해 탈춤페스티벌에서는 20여 년간 이어진 프로그램 상당수가 사라졌다. 축제 하이라이트인 '대동난장'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탈춤페스티벌을 사랑해 온 마니아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고 말할 정도로 비판했다. 상권축제로서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 역시 일부에 국한됐다. 역차별 소지도 있었다. 냉혹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체성은 잃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골목 상권 축제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단체장 입장에서 축제를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임 단체장들이 오랜 시간 어려움 속에서 키워온 탈춤페스티벌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흔들어선 곤란하다.

주객이 전도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정체성을 무시한 채 원도심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축제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안동 유일의 국제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결승전이 끝나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한다. 자화자찬의 기쁨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년 축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갖는 고유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살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안동시 전 공직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피재윤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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