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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
지난주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세계대학종합순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THE의 평가는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 세계의 유수 대학들이 피평가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대학이 피평가 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한 해의 종합적인 대학의 역할에 대한 평가결과 1위는 옥스퍼드, 2위는 하버드, 3위는 스탠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이 차지하였다. 이어서 MIT, 칼텍, 프린스턴, UC 버클리, 예일, 런던제국대학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THE는 평가결과 발표와 함께 대학의 역할에 대한 포럼을 진행하여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대학이 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뉴욕에서 진행된 THE 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한 하버드 대학의 애크먼 교수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학생과 소득수준, 사회적 이동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하버드 대학생의 75%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상위 20% 이내의 출신이었으며, 통계적으로 상위 1% 소득수준의 학생은 하위 20% 소득수준의 학생보다 하버드 대학 입학 확률이 103배 높다고 한다. 사회적 이동의 엔진으로서 세계 최고의 대학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미국의 주립대학들이 저소득 출신 가구의 학생들에게 졸업 후 높은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HE 포럼에서는 고등교육이 사회적 이동성을 증가시키는 통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고등교육이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되었다.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은 한국의 대학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전 세계 대학들의 고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거 1960~80년대 시기, 우리 사회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은 소수의 권리이자 사회적 특혜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입학은 졸업 후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수준과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고,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석봉 어머니의 가르침,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은 한국 부모들의 자녀들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에토스(도덕)이자 파토스(열정)였으며, 우리 사회 발전의 로고스(논리)였다. 고등교육이 유일한 사회적 상승의 기회이자 수단이었기에 고등교육은 가족과 사회를 움직이는 엔진이자 원동력이었다.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 달라지는 21세기에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취업과 안정적인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서의 대학에서 탈피하여 인성과 도덕 기준을 갖추고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시각과 지식의 활용방식을 교육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와 같이 기존의 지식체계를 반복하고 숙달하는 교육체계로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실험과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초·중등 교육에 배분되는 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이 뺏어간다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이 안타까울 뿐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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