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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구대 교수 |
북한이 10월에만 5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3일에 한 번꼴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서 쏘았다. 지난 8일에는 150대의 각종 전투기가 참가한 비행훈련까지 했다. 북한의 도발은 육·해·공 전방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 남한의 대응은 북한이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행위로 간주하고 전통문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할 뿐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이미 예견되었다. 1월 말 북한은 조선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의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기간)의 폐기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강 대 강'의 논리에 따라 3월24일과 5월25일 ICBM을 시험 발사하고, 9월8일에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10월12일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 운용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임을 밝혀 앞으로도 미사일 시험과 핵무력 고도화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한미연합훈련 대응 차원으로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은 전반기(4월18~26일), 하반기(8월22일~9월1일) 두 차례 실시했다. 특히 하반기 훈련은 '을지자유의 방패(UFS)'라는 새 이름을 붙여 실행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은 반격과 수복을 포함하는 작전계획의 실행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더구나 올해는 훈련이 끝난 9월26일부터 나흘간 미국의 핵추진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이 동해에서 훈련한 데 이어서 30일에는 일본 자위대가 참가한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진행했다.
북한은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여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으로 응수했다. 8일에는 전투기 150대가 참가한 공군훈련을 실시하고, 12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대북제재로 항공기 연료가 부족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대규모 전투기 출격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저수지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순항미사일 2발은 '타원·8자형' 비행궤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들은 발사장소를 탐지하기 어렵고 불규칙한 비행 때문에 요격이 매우 까다롭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종류와 비행궤적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그동안 구축해 왔던 3축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3축 체계는 선제타격(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선제타격과 한국형미사일방어망 2축이 뚫릴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힘을 바탕으로 북한을 제압하려는 발상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 고도화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확대로 응수해 올 것이다. 이러한 남북한의 대결은 끝없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져 위험하다. 심상치 않은 작금의 한반도 정세를 평화모드로 돌려야 한다. 평화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평화를 위해 미국과 남한이 나서야 한다.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른 '조건 있는 대화'를 제시해야 한다. 남한은 '담대한 구상'이라는 '레토릭'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이 담긴 '담대한 정책'을 제시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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