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혼 앞에 서성이는 청년들을 응원하며

  •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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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08:00  |  수정 2022-10-20 08:03  |  발행일 2022-10-2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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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자연은 여러 모습으로 인간과 교류하며 그 흔적을 남김에 주저함이 없다. 지구촌의 경제여건이 몹시 어렵지만 황금들판은 올해도 정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와 주고 있다. 자연이 배려해준 황금들판의 풍요로움이 정치권의 싸움질로 이어지는 현실이 아이로니컬하다. 햇살도 비바람도 많이 서운해할 것 같다.

한강의 기적 인자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주소. 세계 경제 10위권, ICT 기술강국, K문화 등 자부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지구촌 인구소멸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명패를 달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 사회는 인구·결혼·출산문제에 대해 산발적인 경각성 보도로 지나치는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다.

인구 80억을 바라보는 지구촌은 인구 과다에 따른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반면 우리는 인구소멸의 심각성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380조원의 저출산 정책은 합산출산율 세계 최저 0.81명이라는 결과에 카타르시스적 질타당함에 머물며 혁신적 대안 논의는 없다.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권이나 행정영역에서도 그 문제에 애타는 눈빛조차 보내지 않고 있다. 명절에 손자 손녀들에게 결혼 여부를 물어보지 못하는, 나아가 결혼 못 한 청년들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내면 꼰대로 취급되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결혼 문제에 침묵을 강요당하는 추세이다.

결혼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 경국대전이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혼기를 놓친 노처녀·노총각들을 위한 혼수 지원정책이 있었고, 중종(제11대 왕)은 결혼장려정책을 펼치며 유공 관리들은 인사고과에 반영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구소멸 위험 1위인 우리 사회는 출산의 시작점인 결혼 문제에 이렇게 여유로울 근거가 어디 있는지.

신인류로 지칭되는 M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에 비해 결혼 문제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선입견을 접음이 먼저일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방관 속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커져 가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도 돌파하여야 할 관문이 있음을 알 것이다. 아마도 가장 힘든 관문이 취업과 결혼 관문이다. 그나마 생존의 전제가 되는 취업 관문에는 많은 지원책이 그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결혼 관문에 서 있는 그들에겐 우리 사회는 무관심하다 못해 냉담하다. 비혼적 분위기가 강해져 가면 어릴 적부터 건강한 가정과 결혼에 대한 단계적이고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작동되어야 함에도 우리 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한편 아동친화 도시이자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달서구는 그 가치 선양을 위해 매년 잉꼬부부상, 희망가족상, 화목가족상을 선정·시상하고 있으며, 아이꿈센터 개관도 앞두고 있다. 또한 결혼 친화도시로서 결혼 인식개선, 네트워크 구축, 청춘 만남 주선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달서구의 몸부림으로 침묵하는 사회를 일깨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가정·결혼의 가치를 선양하는 부서를 만들고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국민·시민단체에도 과업을 주는 등 범시민적 결혼 장려 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

인간 행복의 완결 지점은 가정이고 그 출발점은 바로 결혼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결혼 관문에서 서성이는 그들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내며 힘찬 응원을 보냄이 마땅하지 않은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가슴에 식어가는 결혼 마인드를 일깨워 주자. 결혼은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축복의 통로라는 사실을.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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