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밥 한 끼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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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06:35  |  수정 2022-10-20 06:40  |  발행일 2022-10-20 제23면

구리 료헤이가 1988년 발표해 일본열도를 울린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이 떠오른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 한 우동집에서의 일이다.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온 어머니가 우동 1인분을 시켜도 되느냐고 물었다. 주인 내외는 괜찮다면서 1.5인분을 제공하고 1인분 값만 받았다. 가장을 잃고 형편이 어려웠던 이들 모자는 10여 년 후 두 아들이 성공해서 우동집을 다시 찾는다는 게 줄거리다. 손님이 거북하지 않도록 배려한 우동집 주인 내외의 마음 씀씀이가 녹아있다.

최근 고급 승용차를 타고 여러 명이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는 줄행랑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재룟값은 천정부지에다 손님마저 줄어든 식당 주인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면 식사비를 받지 않을 터이지만. 화가 난 식당 주인이 CCTV 동영상을 공개하니 그제야 음식값을 송금한다고 한다. 먹튀 당사자들의 영상공개를 잘못했다간 명예훼손으로 도리어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서 술잔 등에 찍힌 지문감식을 통해 검거해야 한다니. 세상인심이 참 각박하다.

며칠 전 김건희 여사가 소리 소문 없이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 두 시간 동안 설거지를 했다고 한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외국인 신부가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최근 적십자사 바자회에도 참석했다.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이 의미 있다. 묵묵히 하다 보면 진심이 알려질 날이 온다. 다음엔 1천원짜리 아침 학식을 제공하는 대학 구내식당에서 하면 어떨까.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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