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MZ세대

  •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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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1 06:39  |  수정 2022-10-21 06:51  |  발행일 2022-10-21 제22면
기대수준에 맞는 직장 찾아
지방을 떠나는 젊은층들
첨단산업육성 일자리창출
MZ포용 근본적 시각 필요
활기찬 청년 모습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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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업 객원논설위원
"어휴, 이놈의 일요일! 항상 기분이 우울해진단 말이야. 뭔가 좀 나아지는 게 전혀 없잖아? 매일 똑같이 신문이나 읽고 차나 마시고, 이렇게 몇 시간이면 한 주일 또 지나가고. 우리 젊음도 지나가는 거야. … 우리 세대 남자들은 더 이상 목숨을 걸 만큼 괜찮은 명분으로 죽을 수도 없다니까. 우리가 아직 애들이었던 삼사십 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다 써 버렸나 봐." 무대에서 주인공 지미가 짜증스럽게 내뱉는 독백이다. 영국의 극작가 존 오즈번의 1956년 작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Look Back in Anger)'의 한 장면이다. 이 희곡은 앵그리 영맨(성난 젊은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영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주인공 지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꽉 채운 '분노'는 당시 젊은 세대가 느꼈던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박탈감이 한데 뭉친 감정이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엄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치에서 말하는 2030들과 거의 겹친다. 경제성장기에 살았던 부모 세대에 비해 높은 정규직 진입장벽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엄청난 청년 실업, 하늘을 찌르는 집값과 불확실한 노후보장까지 겹친, 재앙에 가까운 현실에 불안의 수렁에 빠진 그들이다. 2020년도 통계청 조사 임금노동자 월평균소득이 30대는 40대보다 12.5% 낮은 수준이고, 20대는 40대 소득의 58.3% 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다 2021년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액도 20대는 40.11%나 급증했다. 그러니 지난 2년간 20대 우울증 환자가 45.2%나 증가한 사실은 어쩌면 당연하다. 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등 n가지를 포기한 n포 세대와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자금을 마련하고 조기 은퇴하려는 파이어(fire)족은 이러한 불안 심리의 부산물이다. 요즘 유행하는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도 자기만족 없는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MZ세대의 분노의 표현이다.

하지만 '빚투'를 한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작년 대비 66%나 곤두박질치며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겪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영끌로 집을 마련한 청년층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이은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상승에 밀려 주거불안으로 내몰리고 있다. 2030 청년층이 전체 전세자금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6%나 된다는 것은 이들의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비화하게 한다. 무려 7.7배나 되는 저소득과 고소득 청년의 소득격차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기성세대를 무색게 하고 있다. 비혼·저출산 해소를 위해 200만원 정도의 출산지원금으로 막으려는 시도는 문제의 뿌리를 보지 않고 손바닥으로 터지는 둑을 막으려는 것과 같다. 대학입시에서 국가 동량지재들이 불나방처럼 온통 의·치·한·약·수로 몰려드는 현상은 존중받는 직업이라는 전통적인 설명만으로는 10대·20대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

지난주 모 일간지에서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실적 이유가 기대 수준에 맞는 임금과 고용안정성 등 젊은 층이 갈구하는 조건을 제공하는 직장이 지역에는 드물다는 것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지방발전을 위해서는 MZ세대의 성향에 부합하는 첨단산업부터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정책적 대안과 더불어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실업계 고교를 활성화하는 교육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양질의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노동정책 등 사회 기저를 바꾸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미래 우리 사회의 주역인 청년들의 나이에 걸맞은 활기찬 모습이 정말 보고 싶다.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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