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말뿐인 '국가 균형 발전'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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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4  |  수정 2022-10-24 06:45  |  발행일 2022-10-24 제25면

[여의도 메일] 말뿐인 국가 균형 발전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202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주에 끝났다.

필자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국정감사를 해보니 말로만 국토 균형 발전이지, 보건복지 분야의 수도권과 지방 간 지역 불균형 문제는 매우 심각했다. 적절한 의료 진료 조치를 제때 받는 것은 모든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살고있는 지역이 어디인지에 따라 권리의 크기는 달랐다.

필자가 KTX와 SRT를 타고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보니 승객 대부분이 '수도권 원정 진료'를 받으러 서울의 대형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지난해에 266만명의 지방환자가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5조2천억원의 진료비를 지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는 93만명의 지방환자가 방문해 2조7천억원을 지불했다. 대구에서 11만6천182명, 경북에서 25만2천754명이 수도권 의료기관에 원정 진료를 받았으며, 경북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광역 시·도 중 4번째로 원정 진료 환자가 많았다. 이렇듯 수도권 병원 쏠림 현상이 지속하면 의료비 상승은 물론, 국가 균형 발전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

응급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발생하지 않을 '치료가능 사망률'도 서울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34.34명이었지만, 대구는 46.71명, 경북은 46.98명으로 10명 이상 차이가 났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보건의료 R&D 지원액 상위 3개 지역은 서울 8천981억원, 경기 5천426억원, 충북 5천251억원으로, 지원액의 60%가 수도권에 쏠려있었고, 오송첨복재단이 있는 충북지역까지 합치면 81%가 상위 3개 지역에 몰렸다. 국민이 건강과 재산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상황인데 의료서비스가 이런 실정이니 다들 왜 수도권에 가서 살고 싶어 하는지, 서울 집값이 왜 그리 비싼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보육권의 지역 편차도 만만치 않다.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의 경우, 지방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49.8%에 달하는 서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서울 대비 1/5 수준이었으며 대구경북은 물론, 울산, 광주도 평균 20%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100대 국정과제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2022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서울 외의 지역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홀몸노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도시가스 보급률도 2021년 기준 수도권은 90.6%에 달했지만, 지방 보급률은 평균 77%에 불과했다. 제주를 제외한 최하위권 도시의 보급률과 보급률 1위인 서울의 차이는 무려 44.4%포인트였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의료권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 어느 지역에 사는지가 국민이 어떤 수준의 진료를 받는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보육권도 마찬가지다. 국토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권역과 지역 내에서 진료가 완결되고 보육 서비스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단순한 경제 대국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인 철저한 복지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지금이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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