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옥천을 사랑하는 청년들, 온 마을이 함께하다

  • 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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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4  |  수정 2022-10-24 06:45  |  발행일 2022-10-24 제25면

[단상지대] 옥천을 사랑하는 청년들, 온 마을이 함께하다
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대구의 한 시민단체에서 진행한 옥천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행복과 희망을 품고 돌아온 10월 어느 하루,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충북 옥천에는 마을의 문화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득 담아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발굴, 활용하는 멋진 청년들이 있다. 일단 무엇이든 도전하고 보는 용기와 작은 것 하나에도 사랑을 가득 담아 관찰하는 청년들의 열정과 거친 몸짓을 경험할 수 있었다. 느리지만 정겨운 옥천 사투리, 마을을 넘으면 또 조금씩 다른 사투리를 특집으로 실은 '월간 옥이네 잡지 9월호'를 사서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 "따뜻하다" "정말 좋구나" 입가에 연신 미소를 머금으며 순식간에 한 권을 읽었다. 디지털시대에 잡지가, 그것도 작은마을의 월간지가 살아 숨 쉬는 듯하고 사람들의 손에서 즐겁게 읽히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먼저 옥천의 열정을 나누기 위해 첫 방문지인 '고래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래실은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논이란 뜻으로, 2016년 옥천신문사에서 만든 문화콘텐츠 사업단이 이듬해 독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옥천신문사는 지방소멸·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에 자부심을 줄만한 지역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사업단을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역은 절대 소멸할 수가 없어요. 지역이 사라진다면 대한민국도 사라지겠죠? 지역소멸이라는 단어 자체가 손쉽게 쓰이는 상황이 되면서 이 말 자체가 지역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색과 가치를 잘 모르는 것이 문제인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모든 것을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야무진 설명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고래실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20대 청년들인데 옥천 출신도 있지만, 외부 지역에서 온 청년들이 더 많다. 주로 '월간 옥이네'라는 잡지를 만들고 지역문화 창작공간인 '둠벙'을 운영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인 둠벙을 거점으로 한 문화행사, 지역을 주제로 한 출판과 마을 여행도 운영하고, 도시재생, 공공디자인, 영상작업 등 작은 공간에서 참으로 다양한 지역문화 활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가 둠벙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는 시간에도 공간 한 켠, 책방 앉은뱅이 책상 앞에는 어머니 몇 분이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 만화책을 읽고 계셨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공간이 주말이 되면 청소년이 운영하는 카페로 변신을 한단다. 카페 사장님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일일 바리스타가 되어 영업을 한다는 데, 카페 체험도 하고 매출 전액을 청소년들이 가져갈 수 있어 아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비에 보태거나 나눔을 실천하는 기특한 친구들도 많아지고 있어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전시되어 있는 '월간 옥이네' 잡지는 청년들이 만들고 대부분 주민들이 구독을 한다. 본인들의 이야기, 마을의 소리, 이웃들의 소식이 담겨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월 1만원의 구독료로 고래실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단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옥천FM공동체라디오'와 개관 준비로 바쁜 '옥천기록공동체'였다. 마을 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모았다는 각종 기록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라디오 스튜디오 게시판에는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날짜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10%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90% 너와 나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다루고 공감하는 옥천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같은 청년들의 창의적인 생각이 마음껏 현실로 이어져 나오기를 기도하면서 옥천을 떠나왔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대구도…? 던져진 울림이 자꾸만 커져간다.
박선 전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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