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시중세론] 큰 국민, 큰 국가

  •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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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8  |  수정 2022-10-28 06:46  |  발행일 2022-10-28 제22면
'큰 국민'의 덕목은 포용력

보편적 가치 시대정신 가진

국민이 '큰 국가' 필수조건

우리도 '큰 국민'을 만드는

시대적 과업 시작해야 할 때

[윤대식의 시중세론] 큰 국민, 큰 국가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성실한 국민성과 교육열, 여기에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기술혁신과 공격적인 경영이 함께 보태져 작지만 강한 체질을 가진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 결과 선진국의 전자제품매장에는 삼성, LG와 같은 제품들이 한때 세계시장을 지배했던 일본제품들을 몰아낸 지 오래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K-방역이 세계적인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어디 그뿐인가.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시골의 초·중학생들도 익히 알고 있는 정도이고, K-푸드(음식)는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는 국가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재(talent)와 기술(technology)은 물론이고, 대기업들의 자본력까지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와 사회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자본(예: 신뢰)과 같은 무형의 자원은 다소 취약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인재, 기술, 자본은 '큰 국가'를 만드는데 필요조건임은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제도와 사회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 잘 갖춰지고, 이들이 모두 효율적으로 작동되어야 명실상부한 '큰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우리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지만, 서적 출판이 자유롭지 않아 출판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 기술이 발전하려면 산업이 발전해야 하고, 산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큰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서 계층 간, 진영 간 갈등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에 기초를 두기 때문에 극단적인 팬덤(fandom)정치가 만연하는 것이고,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말대로 인간의 이기심(self-interests)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경쟁의 규칙이 잘 확립되지 않으면 불공정한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진영논리의 확산, 관종(關種)의 득세, 가스라이팅(gas-lighting)의 횡행, 이익동맹의 형성과 담합(coalition)이다. 특히 담합은 종종 협력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시장경제의 적(敵)이다.

그럼 '큰 국가'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무엇일까? '큰 국민'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을 근간으로 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다. 따라서 국민 역시 이에 걸맞은 규율을 익히고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큰 국민'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포용력(tolerance)이다. 모든 이슈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하고, 단세포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팬덤정치는 누그러질 것이고, 진영논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보편적 가치와 시대정신을 가진 국민이야말로 국가의 큰 자산이며, '큰 국가'의 필수조건이다.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강조하는 '소프트 파워'가 있어야 '큰 국가'가 될 수 있고, '큰 국가'로 가는 마지막 퍼즐은 '큰 국민'을 만들어야 완성된다. 이제 우리도 '큰 국민'을 만드는 시대적 과업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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