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남성적인 패션?… 진주목걸이·레이스 픽한 남성 스타들…젠더리스룩이 어때서!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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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8 08:36  |  수정 2022-10-28 09:11  |  발행일 2022-10-28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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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목걸이와 진주장식 의상을 한 17세기 귀족의 초상화(1626).
'패션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패션 이미지 용어를 사용한다. 현대 패션이 서구의 패션 형태가 중심이 되는 만큼 다수의 패션 용어도 영어로 되어 있는데, 패션 이미지 용어를 예를 들어보면, 엘리건트(elegant·우아한), 로맨틱(romantic·낭만적인), 모던(modern·현대적인), 클래식(classic·고전적인, 전형적인), 내추럴(natural·자연의), 컨템퍼러리(contemporary·동시대의), 스포티(sporty·운동복 같은) 등 의상,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품목의 외형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

'매니시' 패션의 흐름과 변화

16~18세기 유럽 귀족은 레이스·보석으로 치장
1차 산업혁명 이후 권위 상징인 장식성 줄어
2차 산업혁명 이후 현대화 영향 기능성 중시
1960년대 이후 성별 경계없는 '유니섹스' 등장
21세기 취향껏 스타일링 성적 고정관념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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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남성, 여성을 의미하는 성별 혹은 성별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한 패션 용어는 페미닌(feminine)과 매니시(mannish)가 있다. 언어학적인 의미나 정의는 다를 수 있으나, 패션 분야에서 페미닌은 '여성적인, 여성스러운'의 의미로, 매니시는 '남성의 모습이 연상되는, 남성적인'으로 사용된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사용하였던 이 두 단어를 최근에 사용할 때에는 약간의 혼란과 불확실성의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약 2개월 전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연한 분홍색의 재킷과 다소 굵은 알의 진주목걸이를 하고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약간의 어색함과 함께 그 어색함에 대한 자기반성을 했다. 생각해 보면 이미 지드래곤이나 샤이니의 키라는 강인한 남성의 모습이나 근육이 많이 발달한 모습이 아닌, 패션을 즐기는 젊은 남성 연예인들의진주목걸이를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때는 전형적인 남성의 모습보다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이들의 모습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배우 이정재의 모습은 평소 색다른 패션 스타일로 나오긴 했으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남성 정장의 모습이 많아, 그가 우아한 여성 패션의 대표적 품목인 진주목걸이(그것도 알이 굵은)를 한 모습에 어색함과 동시에 새로운 모습의 제시와 변화해 가는 문화적 분위기가 반갑기도 하였다.

남성스러운 패션은 어떤 것일까? 16세기 영국의 헨리8의 초상화나 17세기·18세기 유럽의 초상화를 보면 남성 귀족의 패션에서 그들의 높은 계급과 권위, 재력을 표현하기 위한 레이스·자수·보석 등의 화려한 장식의 의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봉건사회에서 상업의 발달로 신생 부유층이 나타나면서 남성 패션에서는 귀족적 표현이었던 장식성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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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와 슈트의 1950년대 남성 패션. nextluxury.com
또한 2차 산업혁명 이후 서구사회는 현대화(modern)가 되면서 기능성과 기능적인 외형을 중시한 디자인이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패션, 가구 등 라이프 스타일의 많은 디자인 모습이 현대적인 단순한 모습으로 개발되었고,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패션도 대중을 위한 패션, 대량생산이 가능한 패션, 기능적인 패션, 성별에 따른 장식성과 스타일이 더욱 확실히 구분되는 패션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대중화되는 사회였지만, 여성과 남성의 모습과 역할은 사회적으로 의도적인 방향으로 철저히 구분되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당시 강대국이었던 미국에서는 출퇴근하는 아버지, 양육과 요리에 집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리면서 이러한 경향은 당시 중절모에 넓은 어깨의 재킷의 남성복과 좁은 어깨·가는 허리·길게 퍼진 스커트의 여성복의 모습으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후 사회문화적 변화와 지속적인 페미니즘 운동으로 1960년대 유니섹스(unisex)라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는 패션이 나타나고, 이후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 등 문화적 경향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로 1980대는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룩이 정착하게 되었다. 앤드로지너스 룩은 성별 구분이 없는 유니섹스와 달리 전형적인 남성 패션 혹은 남성을 상징하는 패션 품목을 여성이 착용하거나, 반대로 여성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여성 패션 품목을 남성이 착용하는 것으로 성별의 해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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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성 중립적인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그리고 젠더리스(genderless)로 성별 구분이 없는 패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여성복에서 남성적인 모습의 패션 품목이 착용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발견할 수 있었으나, 남성복에서 이제까지 여성을 상징했던 패션 품목이 다양하게 연출되고 있는 모습을 예전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아이러니하게 거친 하위문화의 한 표현이었던 힙합 패션의 남성복에서 화려한 액세서리와 의상으로 다수 연출되고 있는데, 이는 2019년 크리스찬 디올 패션쇼에서 화려한 레이스 셔츠와 몇 겹의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유명 래퍼인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모습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성별의 차이가 아닌) 자신을 꾸미고 패션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동일할 것이다. 100세 시대, 표현의 시대에 이제 더 많은 남성이 검정·남색·회색의 의상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다채로운 색과 패션 스타일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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