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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
통계청 발표(7월)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20년 241만1천명에서 2021년에는 238만8천명으로 2만3천명 줄어 인구 감소비율(-0.9%)이 전국에서 울산(-1.3%) 등에 이어 셋째로 컸다. 경북은 264만4천명에서 263만5천명으로 9천명 줄었으며, 특히 상당수 시·군들은 인구 감소로 동네가 통째로 사라지는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수도권 규제, 혁신도시,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클러스터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저출산·고령화에 청년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오히려 지방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방살리기 해법은 단편적, 분절적 접근법이 아니라 생활권, 경제권, 교육 및 문화권 등을 골고루 갖춘 통합적, 패키지적 접근법인 '생태계' 구축이다.
생태계(ecosystem)는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는 군집과 이와 상호작용하는 무생물적 환경으로 구성된 생태학적 단위이다. 즉 생물적 요소(식물, 동물, 미생물 등)와 비생물적 요소(대기, 기후, 토양, 물 등 생물적 요소 외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물리·화학적 요소)로 구성되며 이 두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생태계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생물적 요소 중 너무 작아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무수히 많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한 미생물을 언급하지 않고는 지구생태계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생물은 산소 등을 발생시켜 지구생태계의 화학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모든 생명체 존립에 필수적이고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생태계의 규모와 종류는 천차만별이고 비교 불가하지만 기본 작동원리는 똑같아 우리 몸이나 지역사회나 지구는 다 같은 생태계이다. 지구생태계가 최소한 유지 혹은 발전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등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과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 모두가 선순환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역시 지역민, 기업, 학교, 공공기관, 인프라, 문화 등이 선순환적으로 상호작용해야 유지, 발전한다.
이러한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지방살리기 대책은 진보·보수 정권의 구분 없이 주로 눈에 뜨이는 일자리 중심의 큰 대책에 치우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 등을 간과함으로써 많은 예산투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지방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권력의 힘을 빌려 각 지역에 공공기관·공기업을 '강제적으로' 분산 배치하거나 세금 감면, 주거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민간 기업까지 이전하도록 유도했다. 젊은이들이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터가 지방에 있어야 지방 도시가 살아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정책들이었지만 정작 정책 취지는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떠나고 돈과 시간만 허비하면서 지방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는 일자리도 있고, 교통도 좋고, 교육 및 문화인프라도 잘 돼 있는 등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바로 생태계의 구성요소가 골고루 구축되어 이들이 선순환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방살리기의 초점 역시 지방에도 일자리, 정주환경, 교육 및 문화인프라 등을 제대로 갖춘 공간적 그릇을 만들어야 젊은이들의 이탈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난 9월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실질적으로 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그 대안으로 서울 주요대학(SKY대·서강대)과 특목고·대기업(3~5社)을 패키지로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바로 생태계 접근법이다.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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