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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살로메 소설가 |
도서관 상주 작가 활동을 마쳤다. 4년 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여섯 달이 금세 지나버렸다. 짧은 기간이라 뭔가 거창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어도 성공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책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고, 글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 사업'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하는 예술 사업 중 하나이다. 공공도서관에 문인이 상주하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큐레이터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소득이 불안정한 문인들에게 안정적 창작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작가 개인의 성장은 물론 해당 지역의 문학 수요를 활성화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창작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에 작가로서는 꽤 매력적인 기회이다. 일반 근로자처럼 주 40시간 도서관에 머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글을 쓴다. 물론 창작 활동에 필요하다면 외부 자유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
담당 사서와 의논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큰 줄기는 역시 책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읽고 쓰는 일의 여러 변주들이 기본 방향이었다. 고전 읽기를 시작으로 생활 속에 필요한 일상의 독서를 접목했다. 청소년들과는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 나이 때에 읽었으면 하는 필독서로 자유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벅찬 청소년들을 도서관 프로그램 속으로 이끈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특화 사업으로 '디카 시'와 낭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회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에다 자작시를 엮어 예술적 감흥을 고취하고자 했고, 상주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낭독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와 참여자 간의 공감을 맛보고자 했다. 회원들의 목소리가 또 다른 작품이 되어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공유되었다. 색다르고 신선한 체험들이었다. 작가를 초대해 북 토크도 열었다. 작가의 열정이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서 문학에 대한 열망과 관심은 인류가 지속되는 한 끊길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예술적 교감이 개인 성장을 돕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사업도 지역 주민들에게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예술 소비를 증진하고자 하는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문화 예술 정책의 시작은 예술인과 향유자의 작고 소박한 유대감에서 출발한다. 도서관과 작가 그리고 지역민들의 작은 노력으로 문학의 향기와 예술에 대한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싶다.
활동을 시작할 때는 벚꽃이 망울지기 시작했는데, 마감을 한 지금은 벚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이라 벚꽃이 피듯 활짝 꽃피우진 못했지만, 창밖의 벚단풍처럼 조금씩 서로를 물들인 시간이었다. 바람이 있다면, 후배 작가들에게는 좀 더 긴 활동 기간이 확보되어, 연대하는 그 눈빛들이 제대로 빛났으면 한다.
회원 누군가가 꽂아 놓은 백합 향이 가득했던, 작지만 아늑한 도서관 작가 방.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회원들과 차를 마시고 또 글을 썼던 그 공간이 오래 그리울 것이다. 어려움 없이 상주 작가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포항시립 포은중앙도서관 식구들과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신 모든 참여자들께 단풍 닮은 미소로 다정과 감사를 드린다.
김살로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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