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지방재정 '단비'…대구 구·군 첫해 6천만원, 경북도 10억원 전망

  • 유선태,양승진,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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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8 06:56  |  수정 2022-11-08 08:21  |  발행일 2022-11-08 제5면
내년 시행 대비해 준비 분주한 대구경북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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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경산대추축제 행사장에서 농협 경산시지부가 고향사랑기부제 부스를 만들고 방문객에게 제도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경북 광역·기초단체들이 내년 초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고향사랑기부제' 안착을 위한 토대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부금이 걷힐지 가늠할 수 없어 지자체들이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지자체 기부금 쏠림 현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 가능…10만원 넘어도 16.5% 세액 공제
2008년 '고향납세' 도입한 일본, 지역 기부액 13년 만에 8배 넘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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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살리고
稅혜택 누리고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안동시민이면 안동시와 경북도를 제외한 241개(광역 또는 기초) 지자체에 기부가 가능하다.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이 공제된다. 10만원 초과분은 16.5% 공제해 준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24만8천원(10만원 +초과분 90만원의 16.5%인 14만8천원)을 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기부금 사용처는 제한된다.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사업과 문화예술·보건증진·청소년육성보호 등 주민 복리증진에 필요한 사업에만 쓸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안착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비슷한 제도를 먼저 시행한 일본의 예를 봤을 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저출산 등으로 농촌이 위기에 처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민'이 '고향 또는 원하는 지역'을 지정해 2천엔 이상의 기부금을 내는 제도다. 세액 공제 절차를 간소화해 기부 편리성을 높이는 한편, 세액 공제 인센티브를 상향하고 충실한 답례품을 제공한 것이 고향납세 증가의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고향납세 기부액은 2008년 814억엔(약 7천757억원)에서 2020년 6천724.9억엔(약 6조4천113억8천만원)으로 13년 만에 8.2배 증가했다.

서민우 대구 달서구의원은 지난달 20일 제292회 달서구의회 임시회에서 '달서구를 키우는 고향사랑기부제 기반을 만들자'라는 5분발언을 통해 "달서구의 재정자립도는 20.55%로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며 "고향사랑기부제는 달서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롭고 획기적인 사업 수행을 할 수 있는 재원을 제공할 것이다. 민관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고향사랑기부금을 홍보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각 지자체는 시행 첫해 어느 정도의 기부금이 들어올지 가늠이 안돼 난감한 입장이다. 기부금 총액을 알아야 이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 답례품을 발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말까지 답례품 목록안을 확정하고,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에서 예상 기부금을 결정한 뒤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대구 기초단체 중에선 달성군의 예상 기부금 규모가 가장 컸다. 달성군은 내년 본예산에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해 6천여만 원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3천만원을 답례품 예산으로 편성했다. 3억원 정도의 기부금이 걷힐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북구는 2020년 기부인구 96만590명이라는 통계청 자료와 1인당 연간 9만9천146원 정도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종합소득세 납세자(690만2천여 명) 대상 여론조사를 근거로 연간 6천300만원 정도의 기부금이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구는 내년 5천만~6천만원 정도의 고향사랑기부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북도는 첫해 기부금 규모를 1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답례품 관련 예산을 3억원 정도 책정했다. 예상보다 금액이 늘어나면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령군은 기부금 규모를 1억5천만~2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이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북의 다른 기초단체들도 예상 기부금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용역을 발주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지만, 목표금액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세금처럼 부과되면 세입 예측이 가능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그렇지 않은 데다 시행 첫해이다 보니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관련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고령군 계절별 특산물 제공 추진…수성구선 들안길 이용권 등 검토
달서구선 원하는 답례품 선택 포인트제·고액 기부자 위한 상품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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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례품 선정
고심 속 속도전

각 지자체는 조만간 '답례품 선정위원회' 구성에 들어간다. 답례품 선정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지역 특색을 살린 답례품 찾기'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벌써부터 선정 작업이 간단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 경우 구체적인 답례품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기초단체들은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대구 달서구는 구청 내부적으로 후보 물품을 추린 데 이어 조만간 성서산단관리공단에도 '물품을 제안해 달라'는 취지의 홍보용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달서구 관계자는 "고액 기부자를 위한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액기부자를 위한 '포인트 제도'가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포인트가 쌓였을 때 기부자가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성구 역시 답례품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도밭으로 유명한 수성구 성동의 포도즙이나 수성구 소재 사회적기업 등에서 생산하는 전통 장류 등 제조식품이 검토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출하 시기 등의 문제로 제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들안길 먹거리 식품 이용권, 공예품, 장애인 기업 생산품 등도 거론된다. 달성군은 지역대표 브랜드인 참달성 및 마스터파머 가공제품 등을, 동구는 둔산복숭아·평광사과·상동체리·반야월연근 등 지역 특산품 등을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특산품이라 할 만한 게 없는 대구지역 다른 기초단체는 공산품·관광이용권 등을 답례품으로 고려하고 있다. 경북 고령군은 계절별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딸기·멜론·감자 등이 후보에 올랐다.

"기부금 남용 차단…지자체 과열 홍보전 등 부작용 최소화도 중요"

고향사랑기부제의 좋은 취지를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지자체의 방만한 홍보전으로 예산이 낭비되거나 기금 심의위원회 운영을 잘못해 기부금이 사라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 특성이나 준비 여하에 따라 들어오는 기부금의 차이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부금이 결국 출향인 규모 또는 지역 인구수에 비례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기부제가 기본적으로 애향심에 크게 기대는 만큼 지역감정을 부추겨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경북연구원 김광석 박사는 "과열되면 지자체 간 경쟁 등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당장 기부금 총액 제한 등의 조처를 할 필요는 없다. 초기에는 적은 금액이 모일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시·도민에게 이런 제도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제도는 기초단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광역단체 경우엔 주민들이 자신이 자란 고향에 기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홍보 전략을 마련해 주는 등 방향을 설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 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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