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고랜드 사태와 홍준표 시장의 빚갚기 전쟁

  • 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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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31 07:41  |  수정 2022-10-31 07:48  |  발행일 2022-10-31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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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중앙정부와 모든 지방정부가 내년도 본예산안 편성작업을 마무리했거나 마무리 작업 중에 있다. 대구시도 내년도 본예산안을 올해 본예산 10조1천억원보다 6천억원 증가한 10조7천억원을 편성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SOC(사회간접자본) 등 신규사업을 위해 매년 2천억원 이상 발행하던 신규 지방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 지방채를 3천억원 이상 상환한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재정 운용의 최우선 목표로 기존 채무를 1조5천억원 이상 상환해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채무 비율을 달성하겠다고 계획했다.

이 와중에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내년도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년도 경기침체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함에 따라 모든 지방정부의 세수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불가피하게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로 지방정부의 신뢰도가 하락해 신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거나 시장 평균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지방채를 발행함으로써 내년도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불필요하게 지급되는 이자지출을 줄이기 위해 신규 지방채는 발행하지 않고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재정운용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재정운용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정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효과로 나타났다. 홍 시장의 지방채 상환 계획에 불만을 제기했던 여러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일부 언론의 비판은 이런 측면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홍 시장의 빚 갚기 전쟁에는 불필요한 기금과 특별회계 폐지, 유휴 공유재산 매각 외에 제한된 세수여건하에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기정예산의 감축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9천억원 정도를 감축했다. 이런 규모는 내년도 본예산안(10조7천억원) 대비 8.4%에 해당해 중앙정부가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한 24조원(내년도 본예산 639조원)의 3.8%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이다.

예산편성에 있어 지출구조조정은 비효율적이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정비해 효율적인 예산을 편성하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실제로는 기득권과의 전쟁이다. 재정지출에는 기득권 구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지출구조조정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세출예산을 절감해 빚 갚는 데 집중한 나머지 '복지나 일자리 사업예산이 줄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빚을 갚는 데도 사용될 뿐만 아니라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투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등에 사용될 것이다.

홍 시장의 채무 상환 계획에는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 대구 미래 50년을 준비한다는 재정적 노력도 내포되어 있다.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대구시도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세입은 줄고 복지지출은 급격하게 증가해 장기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207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세입기반은 약화하고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이 증가해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GDP 대비 49.2%에서 2070년 192.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미래세대의 막대한 재정 부담을 최대한 현재 세대가 덜어주어야지 대구 미래 50년 발전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 긴축재정운용은 향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 여건하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며, 후세대의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소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대철 <대구시 재정점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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