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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최근 무역수지가 심상찮다. 6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고 지난달은 38억달러 적자였다. 올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89억달러를 넘기면서 통계작성이 시작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둔해지고 있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수출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입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입은 증가율은 물론 금액 기준으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무역수지 적자와 8월 경상수지도 30억5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되었다.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인 대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수교 이후 2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 8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대중국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부문은 반도체뿐이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부문도 증가세가 꺾여 2020년 6월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증가율 둔화와 무역적자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당분간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은 세계 다섯 번째 수출 강국이다.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연속적인 무역적자는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성장률이 둔화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평균 성장률을 오랫동안 밑돌고 있고, 지금은 세계평균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꾸준히 고성장하여 2010년 일본을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2위로 올라선 이후도 지금까지 세계평균 성장률의 1.2배 수준으로 지속성장하고 있다. 이런 수치는 대내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이지만, 우리 산업 내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던 화학, 기계, 자동차, 철강, 선박, 가전의 경쟁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지속 하락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ICT·SW 분야 중점 과학 기술 17개 중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우세한 것은 7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0개 분야는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83% 수준, 중국은 86%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기술전쟁에서 경쟁력이 낮아지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무역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와 대외 공급망 의존도 감소를 위해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 중이다. 공급망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소속 '공급망안정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안정화 지원기본법' 제정법률안도 발의되었다.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첨단분야의 육성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술도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정부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뒷받침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대구·경북에서도 '반도체 동맹'을 결성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경제·산업계, 시·도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야 할 때다.
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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