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크고 작은 외상 소식이 들리면서, 전문가들은 압박 증후군 등 후유증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태원 생존자입니다'라는 게시글에는 "끼어 있을 당시 압박감이 어느 정도 강했는지 알려드리고자 다리 사진만 올려보겠다"며 자신의 다리 사진을 공개했다. 게시된 사진에는 글쓴이의 하반신 전체에 넓게 피멍이 퍼진 상태였고, 댓글에는 '절대 안심하지 말고 경과 꾸준히 지켜봐라' '당장 병원 가시는 걸 추천 드린다'며 글쓴이의 압박 증후군을 걱정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압박증후군(Crush Syndrome)은 신체 일부가 무거운 물체 등에 압박돼 있다 갑자기 풀렸을 때, 근육 등 죽은 세포에서 생성된 독성물질이 혈액으로 갑자기 쏟아져 나오며 급사(急死)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처럼 강력한 압박으로 생긴 피멍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수 있지만, 피멍이 발생한 부위에 신체적인 변화가 느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호 대한응급의학회 대구경북지회 총무는 "이태원 참사처럼 신체에 심한 압박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면 복부, 흉부 장기 손상뿐만 아니라 중추 신경, 두뇌 등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혹여 참사 이후로 뼈가 부러졌거나, 거동이 불편해 아픈 상태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신체에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이 오래 지속 됐을 경우 '구획증후군'과 '횡문근융해증' 등 압박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압력에 따른 신체 손상은 어느 정도의 무게에서 얼마나 눌렸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구획증후군'과 '횡문근융해증' 모두 강한 압력으로 장시간 눌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이다"며 "압력으로 근육세포가 손상되면서 나온 독성물질이 콩팥으로 흘러가게 되면 콩팥의 기능이 마비되는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이 콜라처럼 까맣게 나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근육 일정 부위 내 조직의 압력이 증가해 혈액공급이 저하되면서 근육이 괴사하는 '구획증후군'도 있다. 추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니 병원을 방문해 혈액 검사, 영상 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를 겪은 생존자들이 계속 자신의 몸을 살피며, 이상 반응이 보일 시 병원에 방문할 것을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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