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은행나무(1) 천년 물들인 샛노란 숨결~

  • 김봉규
  • |
  • 입력 2022-11-18 08:21  |  수정 2022-11-18 08:56  |  발행일 2022-11-18 제33면
강원도 원주 천연기념물 반계리 은행나무
사방으로 퍼진 웅장한 가지 절정의 노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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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의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은행나무로 꼽히는 이 나무는 높이 33m, 수관 폭이 최대 37m에 이른다. 지난 2일의 모습인데, 4일 밤에 이 많은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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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향에서 본 반계리 은행나무.

올해는 벼농사를 비롯해 각종 채소나 과일도 풍년이었는데, 가을 단풍도 매우 고왔던 것 같다. 가을 단풍의 화려함을 흔히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즉 서리 맞은 잎들(단풍)이 2월의 꽃(봄꽃)보다 더 붉다는 말로 표현한다. 올해 단풍은 그렇게 표현해도 될 듯하다. 가을 단풍 중에서도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잎은 언제나 그 꽃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꽃은 색깔이 화려하지 않아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 비해, 풍성한 잎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그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 하겠다.

올해 가을은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은행나무를 제때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강원도 원주의 반계리 은행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일 가보고 왔다. 나무 한 그루가 그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은행나무다.

1964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계리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은행나무로 꼽힌다. 수령이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아니지만, 1천년 정도 된 노거수인 데다 수관(樹冠) 폭이 가장 넓으면서(최대 37m) 전체적인 모양이 멋지고 생장 상태도 아주 양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을 뒤편 들판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감상하기도 좋다.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1천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33m. 밑둥치 줄기가 하나가 아니고 지표면에서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자랐는데, 밑둥치 가장 아래 둘레는 14m 정도. 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전체적으로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폭이 32~37m나 된다.

이날 그 주위에 도착하니 멀리 노란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단번에 그 은행나무인 줄 알 만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편도 1차로 도로변 한쪽에 차들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모두 은행나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세워둔 차량이었다. 평일인데도 찾는 사람이 많아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차량이 못 들어가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주차할 곳을 찾아 차를 세워두고 은행나무를 보며 마을 길을 따라 들어갔다.

나무 앞에 서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풍성한 잎들이 모두 샛노랗게 물이 든, 거대하고 멋진 은행나무가 절정의 단풍을 선사하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에메랄드빛이어서 은행나무의 노란빛을 더욱 빛나게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에 섞여 나무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감상했다. 사방에서 보는 모양이 모두 달랐다. 둥근 부채 모양, 오른쪽은 높고 왼쪽은 낮은 모양, 가로로 긴 모양, 한쪽으로 쏠린 모양 등으로 변모했다.

나무 밑둥치도 두세 개로 보이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지면 위에 드러난 수많은 뿌리가 밑둥치 주위를 수놓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무 아래는 노란 잎들이 덮고 있어 아름다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했다.

오후 1시쯤이었는데, 은행나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충 세어보니 160여 명이나 되었다. 내년에 또 시기를 잘 맞춰 보러오자고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나무 한 그루가 이보다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을까 싶었다.

반계리 은행나무에 대해서는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가 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 나무 안에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은행나무(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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