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號' 마무리 캠프 (6)] 지옥훈련 체험기...워밍업만 해도 땀 뻘뻘, 눈앞 팽팽…훈련 2시간만에 녹다운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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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  수정 2022-11-16 07:39  |  발행일 2022-11-16 제27면
러닝 후 고강도 체력훈련 줄줄이…스트레칭만 해도 비명이 절로

기진맥진한 기자에 선수들 "캠프 중 오늘 가장 쉬워…다시 오라"

[박진만號 마무리 캠프 (6)] 지옥훈련 체험기...워밍업만 해도 땀 뻘뻘, 눈앞 팽팽…훈련 2시간만에 녹다운
영남일보 취재진이 15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진행한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캠프 투수조 오전 훈련을 체험했다. 왼쪽부터 장재혁, 최시웅 기자, 홍정우, 김서준.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 마무리 캠프를 차린 지 2주가 흘렀다. 지난 2일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이번 캠프에서 '지옥 훈련'이 펼쳐질 것이란 박진만 삼성 감독의 서슬 퍼런 경고가 있었고, 캠프가 열린 이후엔 선수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증언이 줄지었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기에…'하는 궁금증이 생긴 영남일보 취재진이 박 감독의 양해를 구하고 15일 오전 훈련에 참여해 그 강도를 직접 체험해 봤다.

◆워밍업부터 흐르는 땀과 차오르는 숨

오전 8시30분. 아카마 구장 옆 잔디밭에 삼성 선수단이 둥그렇게 모였다. 선수단은 먼저 잔디밭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뒤에서 따라 뛰던 기자에게 구자욱이 다가와 "어떤 운동 함께 하시냐"고 물어오는 등 선수들이 조금씩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선수들은 여러 줄로 나눠 서서 트레이닝 코치 구령에 맞춰 몸을 풀었다. 기자도 다리를 높이 차면서 뛰기도 하고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뛰기도 하는 등 운동선수가 흔히 하는 워밍업만 따라 했는데도 금세 땀이 흐르고 숨이 찼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선수들이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눠 훈련 장소로 이동했다. 기자는 이날 선수들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훈련을 요청했고, 오전 중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이 예정된 투수조 훈련을 따랐다. 멍하니 서 있는 기자를 발견한 홍정우가 "오늘 투수조 최고참이다. 어제 훈련이 정말 힘들었는데 왜 오늘 오셨냐"며 농담을 건네온 덕분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복근 운동부터 출발했다. 선수들이 매트를 하나씩 챙겨 눕자 코치가 쪽지 담긴 봉지 두 개를 꺼내왔다. 봉지 한쪽엔 운동 종류가, 나머지 한쪽엔 10부터 100까지 10단위로 숫자가 적힌 종이가 담겨 있었다. 선수가 제비뽑기를 통해 그대로 수행하는 유쾌한 방식이었다.

첫판부터 100이 나왔다. 양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올리면서 머리와 어깨를 바닥에서 떨어트리는 동작인데 선수들의 페이스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기자에게도 제비뽑기 순서가 돌아왔다. 기자가 뽑은 운동은 '할로 싯업(Hollow Sit-up)'. 대(大)자로 팔다리를 뻗은 뒤 공중에서 손과 발을 모아야 하는 운동이다. 기자 왼쪽에 있던 황동재가 "100개는 안 돼"라고 소리쳤는데 다행인지 '50'이 적힌 쪽지를 뽑았다.

◆끝나지 않는 훈련…"오늘 훈련이 이번 캠프에서 가장 편합니다"

겨우 복근 운동을 끝내자 하체 훈련이 진행됐다. 스쿼트, 버피, 박스 점프 등으로 짜인 코스를 순서대로 30초 동안 반복하는 서킷 운동으로 짜였는데, 1바퀴를 돌고 나니 헛구역질이 나고 눈앞이 팽팽 돌았다. 두 번째 세트를 포기할까 했지만 선수들의 응원을 받아 도전했고 겨우 마칠 수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손목 강화 서킷 운동이 이어졌다. 덤벨을 앞뒤·좌우로 흔드는 훈련, 바벨을 손목으로 드는 훈련, 악력으로 20㎏을 버텨내는 훈련 등 8개 코스를 한 차례 겪고 나자 전완근이 부풀어 올랐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기자가 여덟 번째 코스인 철봉 매달리기를 할 때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쳐줘 가까스로 완주할 수 있었다.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트랙으로 나갔다. 이날 러닝은 30분 동안 자유롭게 뛰는 '아주 쉬운(?)' 훈련이었다. 기자가 걷다시피 뛰고 있으니 선수들이 지나치며 저마다 "오늘 러닝은 정말 쉬운데 다음 훈련 때 다시 오시라"면서 장난을 쳤다. 장재혁은 "이만큼 편한 러닝은 오키나와에 오고 처음"이라고 말했는데 불과 2시간 만에 만신창이가 된 기자는 실소가 터졌다.

선수들과 대화하며 금방 30분이 흘렀고 20여 분 동안 스트레칭 시간이 주어졌다. 권오준 코치가 다가오더니 발바닥 위에 올라서서 온 무게를 발가락에 집중해 기자 발바닥을 짓눌렀다. 비명이 저절로 터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몇 분이 지나자 훈련 피로가 가시는 시원함이 찾아왔다.

기자의 체험을 도와준 윤석훈·황승현 트레이닝 코치는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따라와 줘 되레 고맙다. 남은 캠프도 부상자 없이 잘 마치고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이날 체험기의 점수로 각각 49점과 92점을 매겼다.

코치들은 "일반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려고 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고, 러닝 훈련 때 요령을 피운 것은 감점 요인"이라고 했다.

오키나와에서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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