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심폐소생술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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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3 06:38  |  수정 2022-11-23 06:45  |  발행일 2022-11-23 제27면

지난 15일 미국 LA에서 국내 항공사 소속 여성 승무원 A씨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했다. 9세 아이를 보호하려다 중상을 입었다. 괴한이 피해 어린이를 쫓아가자 어린이 몸을 감싸 안았고, 괴한은 A씨를 다섯 군데 이상을 찔렀다. 응급 의료진들은 "A씨가 병원에 이송될 때도 본인은 괜찮으니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라고 말했다"면서 "12년 근무하는 동안 이렇게 침착하게 행동하는 환자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며칠 전 부산 앞바다에서 파라세일링 체험을 하던 모자가 20분여 만에 구조됐다. 보트에 연결된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에서 옴짝달싹도 못 하자 행인 20여 명이 줄을 당겨서 이들을 구조했다. 우리 몸엔 위험한 상황을 보고는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 때도 유감없이 이런 기제(機制)가 작동했다.

대구보건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폐소생술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어 화제다. 2015년부터 연간 2천여 명의 졸업생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고 한다. 대구보건대는 심폐소생술 외에도 생명안전·환자안전·재난안전과 관련된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생이 지역의 안전 파수꾼으로서 활약이 대단하다. 지역 각급 기관의 안전 교육의 메카로도 자리매김했다.

10대들이 최근 햄버거처럼 층층이 몸을 쌓는 이른바 이태원 압사 놀이를 재미 삼아 하고 있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정치인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거리로만 삼지 말고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부터 받는 것은 어떨까. 민심을 얻는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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