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지속가능한 패션…재생 섬유·물 없는 염색 '에코 패션' 주류가 되다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
  • 입력 2022-12-02 08:42  |  수정 2022-12-02 08:49  |  발행일 2022-12-02 제37면

2022112401000787700033154
현대자동차의 리스타일 컬렉션. 〈hyundai〉

지속가능성!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의미를 바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는 'sustainability'. 컴퓨터에서 문서 작성할 때 빨간 줄이 그어져 오타인지 몇 번 재확인했을 정도로 낯선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지속가능성은 우리 생활 어디서나, 특히 패션에서는 아주 주요한 이슈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산업적 방향이 되었다.

원료생산~소비~폐기…환경과 밀접
80년대부터 자연 친화 콘셉트 등장
지속가능성 담은 윤리적 개념 확대

패스트 패션 유행, 폐기물 문제 대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등 업계 자각
방수천·타이어·차 부품 업사이클링
소비자, 환경문제 꾸준한 인식 필요

2022112401000787700033152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아디다스 신발 이미지. 〈adidas-group.com〉
2022112401000787700033153
1960~70년대의 히피 패션. 〈medium.com〉

'지속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친환경의 의미를 대변하지만, 그보다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1987년 유엔 브룬트랜드 위원회(the United Nations Brundtland Commission)는 지속가능성을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하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는 전 세계가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응하여 미래 세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도록 위험한 인위적 영향을 완화하고 전 세계 인구의 삶을 개선한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오염되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자유주의가 계속해서 번성한 1960년대에도 반문화 운동인 히피(Hippy) 등을 통해 산업발달과 소비사회에 대한 거부, 자연으로 회귀, 자연에 대한 사랑, 타이다이와 수공예적 옷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후 1970년대는 환경보호 문제가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어, 1970년 4월22일 미국에서 환경에 대한 민간운동으로 '지구의 날'이 처음 열렸다. 이는 대규모 환경 집회도 열리는 등 인간의 자원 낭비와 환경파괴에 대해 개선할 수 있도록 시민과 기업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현재는 세계적인 환경기념일로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해당하겠지만 패션 산업에서도 원료의 단계부터 생산, 소비, 폐기까지 패션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70년대에 이어 198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환경 생태학적 문제에 관심이 증대되어 자연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고조되면서 패션산업에서 자연 친화적인 콘셉트에 따라 면이나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천연 염색, 자연물을 형상화한 모티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 등의 에콜로지(ecology) 룩이 등장하였고, 이는 199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특히 1980~90년대에는 서구 중심적 사상에서 벗어나려는 방향으로 동남아시아권 문화와 아프리카 원시 미술 등 각국 민속 의상들과 모티브들이 에스닉(ethnic) 스타일의 패션으로 좀 더 자연에 가까운 패션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1990년대 확산한 에코(eco) 패션은 이슈가 되어 에코 의류 라인 출시 브랜드가 생기는 등 보다 환경친화적인 섬유를 선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자연 이미지인 베이지나 황토색을 사용한 것으로, 이는 주류 패션으로 확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환경친화적 의미를 담은 대중적 패션으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친환경 패션은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담아 환경적 그리고 윤리적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대두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공동체 전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가치와 방식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2022112401000787700033151

그러나 2000년대 초반기는 빠른 유행과 빠른 소비를 선도하는 패스트 패션의 대유행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스타일을,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더욱더 빠른 폐기물 생산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 의류공장의 재난,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 착취, 가죽과 모피를 얻기 위한 동물 학대 그리고 의류 폐기물 등에 대해 패션 산업계에서는 자각하게 되어 많은 선도적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는 지속가능한 패션 개발과 생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폐페트(PET), 폐어망 등을 재생(리사이클·recycle)한 섬유로 가방, 신발, 의류 등을 생산하여 지속가능한 패션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도 재생 원단으로 만든 패션제품을 출시 및 확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관심을 가진다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생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으로 만든 패션제품뿐 아니라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 타이어 등을 재활용하여 멋진 가방과 신발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다수이다. 또한 현대자동차에서도 2021년 패션 프로젝트 리스타일(Re:Style)로 자동차 부품 업사이클링으로 개발된 소재로 만든 패션브랜드, 동물 가죽을 대체한 식물성 가죽을 사용한 가방과 의류 등 패션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패션의 발전은 소비자들이 인식을 개선하고 환경 문제를 고려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 기술적 발전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재생 섬유 산업, 물 없는 염색 등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국내 화학 섬유의 주요 생산지인 대구 섬유 산업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