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의 한자마당] '축구·풋볼·사커' 단어의 어원...삼국의 공차기 '축국', 조선에서는 '경구' '척구'로 불리다 '축구'로 정착

  • 이경엽 한자연구가
  • |
  • 입력 2022-12-02 08:48  |  수정 2022-12-02 08:52  |  발행일 2022-12-02 제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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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의 발상지를 중국으로 인정했다는 어느 신문사의 2004년도 기사를 보았다. 기원전 206년에 세워진 한나라 때 오늘날의 축구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공차기를 즐겼다는 기록을 FIFA가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인증했다는 것이다. 이 공차기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 일본도 즐겼다. 동양 삼국은 고대의 이 공차기를 대체로 '축국(蹴鞠)'이라 불렀다. 근대 축구가 동아시아에 전해지자 조선에서는 이를 경구(競球) 또는 척구라 하였다. 일본은 축구의 전래 초기에는 '풋볼' 또는 '어소시에이션 풋볼'이라는 영어 발음으로 말했는데, 1921년 이른바 '대일본축구협회'의 발족을 전후하여 '蹴球(슈-큐-)'란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조선에서도 같은 해인 1921년 '전조선축구대회'가 열린 것을 보면 이즈음에 '축구'란 일본말이 우리말 속으로 들어왔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1974년 일본은 협회의 명칭을 '일본사커협회'로 바꾸게 된다. 따라서 지금 일본에서는 축구란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중화권에서는 '족구(足球)'라 하니, 세계에서 '축구(蹴球)'란 소리와 글자를 일상 쓰는 곳은 한반도의 남북한뿐이다.

축구를 영어로는 풋볼(football)이나 사커(soccer)라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풋볼을 찾으면 럭비풋볼과 미식축구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커란 낱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풋볼은 본디 축구뿐 아니라 럭비풋볼과 미식축구를 아우르는 낱말이므로 예전에는 축구를 럭비풋볼이나 미식축구와 구분하기 위하여아식 축구라 부르기도 했다. 아식 축구는 일본어 '아식축구(ア式蹴球)'에서 온 말로 우리 국어사전에도 '아식 축구(Association식 축구, 또는 A식 축구)'란 낱말로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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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식 축구라고 하는 지금은 접하기 어려운 이 특이한 말은 1863년 발족한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경기 규칙을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다. 현재 세계 축구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란 이름도 결국 아식 축구의 국제적 연맹이라 할 수 있다. FIFA의 공식 명칭은 프랑스어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이다. 영어로는 'International Federation of Association Football'로 쓰지만 이는 비공식 표기라 할 수 있다.

대부분 국가는 축구를 영어로 풋볼이라 하지만, 럭비풋볼이나 미식축구의 인기가 높은 몇몇 나라는 혼란을 막기 위해 사커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풋볼은 각각 미식축구와 캐나디안 풋볼을 칭하며 그와 구분하기 위해 축구는 어소시에이션 풋볼, 또는 그냥 편하게 사커라 한다. 그러나 사커란 말도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의 Association에서 'soc'를 떼 내어 'er'를 붙인 것이다. 즉 Association(협회)이 만든 규칙에 따라 풋볼을 하는 사람들을 'assoc' 또는 'assoccer'라고 부르다가 더 간단히 '사커(soccer)'라 하게 된 것이다.

지금 카타르에서 피파 월드컵 게임이 한창이다. 축구란 한자어를 따라간 낱말 공부가 크게 엇길로 나갔다. 남북한만 쓰는 축구란 이름. 축구가 풋볼과 사커를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자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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