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기적' 일군 태극전사...감격의 눈물 흘렸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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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3 12:59  |  수정 2022-12-05 08:42  |  발행일 2022-12-03
SOCCER-WORLDCUP-KOR-POR/REPORT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을 잡아낸 한국 대표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승 1무 1패의 H조 2위로 16강 진출권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기적적인 16강행을 일군 태극전사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2-1로 잡아낸 뒤 "국민 여러분 응원 덕분에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에너지와 힘을 받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손흥민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맞대결에서 완패한 뒤 땅을 치며 울었다. 이어진 벨기에전 패배로 조 최하위,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더 크게 울었다. 2018 러시아 대회에서도 멕시코전 이후 눈물을 보인 그는 독일을 잡아내고도 16강이 좌절되며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에 그가 카타르에서 흘린 눈물은 달랐다.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까지 거치면서도 '마스크 투혼'으로 월드컵을 향한 꿈과 의지를 키운 결실을 맺은 환희의 눈물이다.

손흥민은 "이전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 순간을 상당히 기다렸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주장으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선수들이 도와줘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우루과이전과 가나전 이후 많은 팬의 질타를 받았다. 부진한 경기력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팬들은 손흥민의 개인 SNS를 찾아가 건전한 비판이 아닌 욕설을 남기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손흥민은 "16강이 우리 목표였고,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축구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필승을 각오했다.

가나전 멀티골 맹활약에 이어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최전방에서 분투한 조규성(24·전북)도 "엄청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날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공중볼 경합 등 몸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료들과의 팀플레이에 가담했다.

조규성은 포르투갈전 승리 후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포르투갈을 이기자고 준비했는데 꿈이 이뤄졌다"면서 "평소 잘 울지 않는데, 오늘은 엄청 울었다. (황)희찬이 형 골이 들어간 뒤 감정이 북받쳐 믿을 수 없었다. 팬 여러분이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덕분에 16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쾌거를 이끈 '극장골'의 주인공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부상 울분을 털어냈다. 황희찬은 포르투갈전 후반 20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역전 결승 골을 꽂았다. 그의 골 덕에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은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냈다.

황희찬은 소속팀에서 입은 햄스트링 부상 탓에 앞선 1·2차전에서 뛰지 못했다. 회복에만 집중하며 포르투갈전을 준비했으나,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았고, 선발 출전은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후반전 부상 재발 위험을 감수하고 그라운드에 나선 그는 별명인 '황소'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희찬은 "1·2차전에 나서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순간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며 "흥민이 형이 드리블할 때 내게 공이 올 거라고 확신했다. 쉽게 슈팅할 수 있는 좋은 패스를 건네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황희찬은 "경기 투입 여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몸이 어떻게 되더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했다. 회복이 잘 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잘 쉬고 잘 분석해서 16강전을 잡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했다.

피치 바깥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한 김민재(26·나폴리)는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종아리를 다친 여파로 이날 출전하지 못했다.

김민재는 "100%로 뛸 수 없으면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책임감도 좋지만, 다른 선수를 믿고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권)경원이 형을 많이 응원했다. 뛰는 것보다 밖에서 지켜보는 게 더 힘들더라"고 전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적을 만들어낸 벤투호가 오는 6일 브라질을 상대로 다시 한번 기적적인 8강행을 노린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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