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道를 돌려주세요] 우리 동네 가게 앞 인도는 '상가 주차장'

  • 임성수
  • |
  • 입력 2022-12-19 17:55  |  수정 2022-12-19 18:02  |  발행일 2022-12-20 제1면
인도.점자블록 침범한 주차공간에 '10분에 1천원' 주차비까지
업주와 실랑이 잦은 구청 단속반 "지적도, 건축물대장까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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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공간이 마트 지게차와 파라솔 등으로 점령 당하면서 고객 주차 차량이 인도는 물론 점자블록까지 침범한 대구 북구 동변동의 한 마트 앞. 임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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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참사'는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새삼 자각하게 한 비극이었다. 참사를 촉발한 변수들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인도 침범과 병목현상도 사태를 키운 요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측의 불법 증축으로 보행자 통로인 인도가 좁아진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인도 침범 사례는 해밀톤호텔뿐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 널려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30분쯤 대구 북구 동변동의 한 마트 앞은 인도는 물론, 시작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까지 주차 차량이 점령하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허가된 공간의 상당 부분은 물건을 옮기는 지게차, 상품을 보관·진열하는 곳이 돼 버렸다.

마트측은 한술 더 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차량이 주차할 경우 10분당 1천원씩의 주차비까지 받는다는 안내문까지 붙여 놓았다. 공적 공간인 인도를 마치 개인 소유지로 착각하는 듯 했다.

주차공간을 축소하면서 차량은 인도를 침범할 수 밖에 없다. 어린이 등 보행자들은 도로로 떠밀려 다니는 상황이 됐다. 마트측도 이게 불법인 줄 아는 듯 주차선도 인도 쪽은 그어 놓지 않았다.

마트나 식당, 상점 등 가게 앞 주차 차량의 인도 침범은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중구와 수성구 등 손님이 많은 마트나 식당가에서는 허가받은 주차 공간을 넘어 인도 부분까지 침범하면서 구청 단속반과의 실랑이도 적지 않다.

대구 한 구청 주차 단속 담당자는 "인도를 침범한 가게 앞 불법주차에 대한 주민 신고가 적지 않지만, 업주들은 현장 사진을 제시해도 '엉덩이만 나간 것이지, 바퀴는 나가지 않았다', '5분이 지나지 않아 불법주차가 아니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럴 경우 하는 수 없이 지적도와 건축물대장까지 확인해서 주차공간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한 뒤 불법주차 관련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가게 앞 불법주차에 대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는 파악 할 수 없지만, 신고는 하루에도 수 십 건에 달한다"며 "손님 편의를 위한 업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행자들이 차도로 지나가야 할 정도의 인도 침범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업주들 스스로 지켜주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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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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