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오래 사는 남자 직업군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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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  수정 2022-12-26 06:46  |  발행일 2022-12-26 제26면

[하프타임] 오래 사는 남자 직업군은
박주희 문화부기자

요즘 소통전문가 김창옥 교수의 짧게 편집된 동영상 강연을 이따금 본다. 얼마 전, 오래 사는 남성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강연을 보게 됐다.

김 교수는 "엔도르핀은 웃으면 나오는데 한 번 웃으면 수명이 9초 정도 늘어난다. 그런데 엔도르핀의 4천 배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다이도르핀'이다. 몸에서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 다이도르핀이 남자의 특정 직업군에서 엄청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직업은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그 직업은 지휘자와 성직자"라면서 "다이도르핀이 언제 나왔나 확인해 봤더니 감동을 받거나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 몸에서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다녀온 뒤의 짜릿한 힐링과 감동을 경험해 본 터라 그의 말에 공감이 됐고, 역시 문화의 가치는 무겁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이야기 같아 반가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화는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여겨지지 않기에 찬밥 신세에 처하기 일쑤다. 또한 순수예술의 경우 특히 경제성이 취약해 예술가의 힘만으로 발전에 한계가 있다. 이에 문화예술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은 필요하고도 절실하다. 물론 현재 국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문화 지원사업이 이뤄져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보다 수월해졌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많은 예술가는 경제적 지원 위주의 사업이나 틀에 맞춘 방식의 지원이 주를 이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의 한 예술가는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보여주기식, 이전에 했던 방식을 되풀이하는 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해외에는 결혼·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가 있는 나라도 있다. 이처럼 예술인이 처한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진정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 토대를 풍부하고 탄탄하게 가꿔가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정신에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예술 분야별로 맞춤형 지원책을 설계하는 등 예술인의 창작 열의를 높이고 시민의 문화 감수성 향상을 도모하는 데 문화행정력을 보다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고, 내 자식이 살고, 내 후손이 살 이 도시가 건강해지고 문화적 힘이 굳건해진다.
박주희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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