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추(桐楸) 금요단상] 다사다난한 호랑이해를 보내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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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08:00  |  수정 2022-12-30 08:29  |  발행일 2022-12-30 제33면
우렁찬 포효로 이기심과 탐욕 날려 주고 떠나가길…
러-우크라 전쟁, 북핵, 美中 패권경쟁, 코로나…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우리사회 부끄러운 자화상
정신상태 환골탈태…깨끗한 마음가짐 새해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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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올해 호랑이해의 주인공인 호랑이가 마지막으로 엄청난 포효를 통해 지구촌 사람들의 욕심과 나쁜 기운을 싹 사라지게 하고 떠나가면 좋겠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은 지구촌의 안녕과 질서를 흔들어 놓으면서 수많은 지구촌 사람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세계정세를 더욱더 각박하게 만들어가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의 무리한 코로나19 대응정책과 그로 인한 최근의 의료대란 소식 등도 정치 권력자들에 대한 실망을 더한다.

국내에서도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는 많은 문제를 드러내며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결해야 할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가 쌓여있는데도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으며 건강한 민심과는 동떨어진, 몰염치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초래하는 근본적 이유는 관련된 사람들의 욕심과 어리석음, 독선적 사고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맑지 못한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을 계속 보아야 하는가. 희망보다는 고통이 먼저 떠오르는 새해가 전망된다. 꼬리를 보이며 사라지고 있는 올해 호랑이해의 주인공인 호랑이가 마지막으로 모두가 놀라 자빠질 포효로 인간의 나쁜 마음과 욕심을 모두 날려 버려 주고 떠나가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하다.

요즘은 동물원이 아니면 호랑이를 실제로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호랑이의 무서움을 절감할 수도 없다. 하지만 호랑이가 출몰하던 예전에는 달랐다. 호랑이는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 호랑이를 만나면 물려가지 않더라도 그 울음소리, 포효를 한 번만 들으면 혼비백산하게 되어 며칠 동안 헛소리를 하다가 결국 죽기도 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호랑이 울음소리만 듣고도 오금이 저리고 혼이 나가버린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은 물론 다른 동물도 호랑이의 '어흥' 소리에 혼비백산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호랑이가 내는 초저주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귀에 들리지 않는 초저주파는 멀리까지 전파되며, 상대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초식동물은 호랑이 울음소리에 순간적으로 근육이 진동해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선 기절하기도 한다.

2017년 인도에서 원숭이 12마리가 단체로 숨이 끊어진 일이 발생했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부검한 수의사는 외상이 없고, 주변에 호랑이 발자국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랑이 울음소리를 듣고 원숭이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얼마 전 경북 봉화에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에서 호랑이를 처음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무서운 울음소리는 듣지 못했다. 우리 모두 직접 듣지 못하더라도 이 호랑이를 보고 그 포효를 떠올리며 자신의 정신 상태를 환골탈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모두가 깨끗한 마음으로 토끼해 새해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좋은 일을 행하고, 악한 일은 하지 마라'는 것은 모든 성인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아는 게 다가 아니라 실천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실천이 왜 어려운가. 수시로 혼탁해지는 마음을 바로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심이 고개를 쳐들어도 모르는 척 무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호랑이 포효 소리를 스스로 지르면서, 좋지 않은 마음과 기운이 생길 때마다 바로 싹 날려 버릴 수 있으면 점점 살 만한 세상으로 변해갈 것이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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