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정상화되는데 장르 다양성엔 물음표

  • 윤용섭
  • |
  • 입력 2023-01-05 07:17  |  수정 2023-01-05 07:26  |  발행일 2023-01-05 제14면
극장가 2022년 결산
중국 봉쇄 정책 등으로 회복 더뎠지만
美 개봉 예정 영화 편수 지난해보다 많아
코로나 이전 규모로 회복되기 위해선
코미디·공포 등 중급 작품 더 나와야
韓, 팬데믹 후 처음 매출 1조 넘겼으나
상위권 대부분 블록버스터·흥행작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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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영화계가 정상화되고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했다. 여전히 마스크로부터 자유롭진 않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차츰 해제되며 극장의 풍경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렇다면 지난해 극장가 상황은 2021년과 비교해 얼마나 나아졌을까. 글로벌 박스오피스 분석 기관 '고워 스트리트(Gower Street)'는 2022년 글로벌 박스오피스 총매출이 258억달러(32조9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2021년보다 21% 증가한 예상치다. '탑건: 매버릭'과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같은 작품의 성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 등을 토대로 지난해 국내외 극장가를 돌아보고 올해 극장가를 미리 살펴본다.

◆연말 대작의 성과와 중간 규모 영화의 필요성

미국 대중문화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2022년은 전체적인 박스오피스 회복이 더뎠다고 평가했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영화 시장인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택해 극장 영업에 차질을 빚었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영화사들이 러시아 시장을 보이콧한 게 그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의 큰 변수는 연말에 있었다. 기대작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아바타: 물의 길' 등이 연말 개봉을 예고했기 때문인데, 대다수의 영화 관계자는 이들 마블과 DC의 영화가 지난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수익의 약 15% 정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작들의 흥행 수준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블랙 아담'은 개봉 후 7주간 전 세계에서 3억8천700만달러(4천897억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영화는 6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여야 손익분기점을 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개봉 주말 글로벌 극장가에서 4억4천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작 중 셋째로 높은 오프닝 수익이지만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작의 속편에 갖는 기대엔 미치지 못한다. 반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개봉 3주 차에 글로벌 극장가에서 매출 7억달러를 돌파하며 전작 '블랙 팬서'가 같은 시기 기록한 5억6천만달러를 넘고 순항 중이다.

웹 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미국 2천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 예정인 현지 영화 편수는 84편으로 지난해 73편보다 많다. 하지만 2019년 112편보다는 30편 정도 감소한 상황이다. 참고로 2019년 한 해 북미에서 개봉한 국내외 영화 편수는 총 792편에 달한다. 박스오피스 프로의 수석 분석가 숀 로빈스는 "여기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영화 편수와 극장 수익이 이전과 같은 규모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성인을 위한 드라마, 코미디, 공포 영화와 같은 중급 영화를 더 많이 개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한 한국 극장가

지난해 한국 극장가는 어땠을까.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누적 매출액은 1조26억원을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전체 매출액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1월부터 11월까지 관객 수는 9천86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천661만명이 늘었다.

영화 '범죄도시2'가 1천269만 관객을 모으며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천만 영화가 탄생한 가운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지난해도 많은 한국 영화와 영화인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지난해 누적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매출액의 58.0%이며 관객 수는 2019년의 48.3%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다다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흥행작은 늦봄부터 초가을 사이에 밀집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5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범죄도시2'를 시작으로 6월 '탑건: 매버릭', 7월 '한산: 용의 출현', 8월 '헌트', 9월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이 흥행하며 여름 성수기와 추석 연휴에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좀처럼 개봉일을 잡지 못하던 작품들이 차례로 개봉함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전면 해제, 영화관 취식 허용과 같은 변화가 극장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끝을 앞두고 11월23일 개봉한 '올빼미'가 개봉 한 달간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12월14일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은 3일 현재 800만명이 관람하며 순항 중이다.

다만 흥행작의 다양성에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을 살펴보면 '헌트'와 '올빼미'를 제외하곤 모두 마블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이거나 팬데믹 이전 흥행작들의 속편이라는 특징이 있다. 독립예술영화 시장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입소문을 타고 35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이승준 감독의 '그대가 조국'이 33만명을 기록했으나 극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한국 독립예술영화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 새해에는 4일 개봉한 '스위치'를 시작으로 이해영 감독의 '유령', 임순례 감독의 '교섭', 박혁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간을 꿈꾸는 소녀' 등 다양한 한국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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