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최경환·우병우 귀환…TK정치 판도 변화 오나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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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06:38  |  수정 2023-01-09 06:53  |  발행일 2023-01-09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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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차기 총선을 1년2개월 남짓 앞두고 대구경북 정치권의 '금배지'를 향한 용틀임이 본격 시작될 조짐이다. 수면 아래에서 오가던 잔 발질들을 위로 확 끌어올린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라 파문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중대선거구제 검토. 윤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 대신 가진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승자독식 제도인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는 진영 간 양극화가 커진다"면서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언급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을 3월 말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호응했다. 1988년부터 시작되어 온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35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만약 힘 있는 임기 초의 대통령과 거대 야당 몫 국회의장의 뜻대로 중대선거구제로 바뀐다면 대구경북은 더는 보수의 아성으로 남아있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해묵은 이 과제를 해결하려면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데 있다. 제 밥그릇이 없어질 수 있는데 동조할 국회의원이 있을까. 사사건건 반목하는 여야 정치인도 아마 이 문제 앞에서는 힘을 합쳐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중대선거구제를 바라는 정치인은 기대를 접는 것이 좋을 듯.

지역 정치권에 실질적인 파문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지난 연말에 있은 대규모 정치인 사면 복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더불어 '박근혜 탄핵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인물 상당수가 포함됐다. 그중 대표적인 TK 정치인은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현재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는 상태. 다만,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에서 수사를 받았지만,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협력관계'가 정치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이다. 대통령의 참모 가운데 두 사람과도 친분이 두터운 이가 적지 않다. 양측을 연결할 고리가 탄탄하다는 점은 두 사람의 정치재개의 분수령이 될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을 높인다. 성공 여부의 결정적인 변수는 역시 TK 민심의 향배. 우선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는 고향 영주에서의 총선 도전이 한층 수월해 보인다. 그가 정치 신인인 데다가 현역인 박형수 의원의 고향이 영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이미 4선을 거쳤다는 점에서 현실 정치에 다시 뛰어드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가 지역구를 관리하는 동안 경산·청도권이 크게 발전했다는 여론이 작지 않다. 민심이 형성되는 설날 명절 연휴를 시작으로 신발 끈을 동여맬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총선 출마가 가시화될 경우, 그 바람을 타고 'TK 현역'에 대한 도전이 봇물 터질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의 국회의원 교체 지수는 60%를 오르내릴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그 여론에 힘입어 안정적인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인물들의 국회 입성이 시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강훈 국정홍보비서관· 김오진 관리비서관 등 용산 대통령실 인사들의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은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TK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조명희·한무경 의원 등 TK 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의 대구경북 지역구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위해 필연적인 보수의 아성 TK 정치의 재편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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