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시가 지난 5일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세계최대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육성기관인 플러그 앤 플레이(PNP)와 업무협약(작은 사진)을 맺고, 대구발(發) 유니콘 기업 육성 및 배출 프로젝트에 본격 나섰다. PNP 대구지사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동대구벤처밸리 전경.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PNP)'가 있다. 이 기관이 대구시와 손을 맞잡았다. 체계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접목해 대구 미래를 밝히는 일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사실은 PNP가 대구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관심과 추진 의지가 높은 데다 특유의 '속전속결' 업무 스타일이 작용하면 사업추진에는 한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로 무장한 대구 스타트업이 마음껏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지역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SW) 관련 스타트업이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1600여 기업 발굴·투자 PNP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 갖춰
투자 프로그램에 참여 기대감
전통기업 신산업 진출도 지원
대구시 해외시장 투자설명회
연결고리 단절 일회성 적잖아
지역 PNP 지사 설립·운영땐
타 지자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플러그앤플레이는 어떤 기관
2006년에 설립된 PNP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세계적인 창업 지원기관이다. 페이팔·드롭박스·렌딩클럽 등 35개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총 1천600여 개 기업을 발굴·투자한 곳이다. 최근엔 벤츠·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60여 개)을 운영하는 등 혁신 플랫폼 기능을 한다. 도쿄·베이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40곳에 지사를 두고 있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기관 가운데 가장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 걸쳐 6만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스타트업 풀(pool)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이 필요로 하거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기술까지도 찾아내 적극적으로 매칭을 돕고 있다.
이란계 이민자인 사이드 아미디 PNP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무실 공간 대여와 창업 보육을 함께하는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정착시킨 인물이다. 이후 스타트업 보육에 나선 많은 업체와 기관이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도입한 바 있다. PNP는 미국의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2005년 창립)와 함께 양대 액셀러레이터로 꼽힌다.
PNP의 핵심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기업혁신 프로그램은 전통기업의 신산업 진출과 벤처기업 연결을 지원한다. 창업보육 프로그램은 초기 창업기업에 공간과 멘토링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창업기업의 초기 투자자금(Seed Money)을 지원하는 벤처투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 프로그램을 안착하면 대구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에는 총 23개사가 유니콘 기업 목록에 올라 있다. 이는 대구뿐 아니라 지역 스타트업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대구경제의 미래를 맡긴 협약
대구시는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가전박람회인 'CES2023'에서 PNP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중에는 "올해 상반기 중 대구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가장 눈에 띈다. PNP를 활용한 벤처 스타트업 발굴과 유니콘 기업 육성은 대구 신산업 육성의 튼실한 토대를 놓고 싶어 하는 홍준표 시장의 주요 관심사여서 주목을 받았다. 대구시 내부에서도 반색하고 있다. 향후 추진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이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PNP 대구지사 위치는 동대구벤처밸리(동구 신천동 일원)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테크노파크·대구스케일업허브(DASH·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산하) 등 굵직한 기업지원기관이 집적돼 있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ICT·SW·연구소 등 지식기반형 산업시설이 집적한 수성알파시티도 함께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구지사가 설립되면 전 세계에서 41번째 PNP 해외 지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PNP 해외 지사는 현재 일본 3곳, 중국 6곳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지사(2021년)에 이어 대구가 두 번째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세 번째 지사가 설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구시가 다른 광역시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면 지역기업이 한동안 글로벌 투자 육성 프로그램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대구지사 설립은 무엇보다 대구지역 벤처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외 기업과의 스킨십을 구체적으로 체계화해 실적을 축적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간 대구시는 PNP와 업무협약 체결은 물론 다양한 기관을 통해 해외 투자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방문 및 설명회를 꾸준히 진행했다. 하지만 한 번 방문 후 연결고리가 끊기는 일회성 사례가 적잖았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 관련 각종 데이터 정보 축적이 사실상 어려워져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제자리걸음에 그쳐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드디어 반전할 기회가 온 것이다.
◆대구, 유니콘 기업 산실 될까
가속화하는 디지털 전환(DX)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해 온 대구시는 요즘 잔뜩 신이 나 있다. 김동혁 대구시 디지털혁신전략과장은 "PNP 대구지사 설립을 통해 세계 주요도시에 있는 기업·대학·글로벌투자자와 공고한 관계를 형성하고 최대한 활용해 나갈 것"이라면서 "사안(건)별로 이뤄지던 글로벌 기업과의 일련의 스킨십을 단계별로 상시화하면 내실 있는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NP가 실리콘밸리 내 한인 출신 CEO가 이끄는 각종 스타트업 관련 데이터를 대거 축적하고 있는 점도 대구로선 무척 반길 일이다. 이 데이터를 입수해 대구시가 해외기업 투자와 연결시키기만 하면 다른 지자체보다 투자유치 전선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이드 아미디 PNP 회장도 "더 이상 전통적인 연구개발(R&D) 방식으로는 덩치 큰 기업이 스타트업의 빠른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타트업과 협업함으로써 빠르게 실행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미디 회장은 대구시와의 투자협약식에서 "실리콘밸리는 원래 반도체와 하드웨어가 유명했던 지역인데, 디지털 소프트웨어로 성공적 전환을 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구글·트위터·인링크 등이 있다. 대구도 현재 로봇·전기차·배터리 같은 첨단기술로 산업을 전환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대구와 스타트업 기업 육성 분야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매우 기대가 크다"고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구시는 설 명절 후 조용준 PNP 코리아 대표와 만나 대구지사 설립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는 조 대표에게 지역 내 주요 경제기관 및 정책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향후 대구지사 운영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기초작업을 확실히 해두겠다며 벼르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대구시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서비스 로봇 등 대구 미래 50년을 책임질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PNP와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글로벌 창업지원기관인 PNP와 협력해 지역 벤처창업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윤관식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