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상오 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마을운동에서 지역 발전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상오 전 실장 제공> |
귀농귀촌이 새로운 균형발전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과거 새마을운동의 성공 경험을 되살려 자립·자조의 정신을 되찾아 국가재테크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귀농귀촌한 도시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균형발전의 해답이란 것이다. 유상오 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은 국내 최고의 귀농귀촌 전문가이자 '국가재테크'의 저자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사람·자연·환경이 융합하는 자조적 복지모델을 직접 만들고 있다. 귀농귀촌이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는 신념으로 속리산 동쪽 끝 산골을 주민과 함께하는 소득배가형 마을로 만드는 꿈을 키우고 있는 것.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포장되지 않아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며 엄살인지 투정인지 모를 표정을 짓는 그를 영남일보가 만났다.
![]() |
2020년 8월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사옥에서 유상오(왼쪽) 당시 SH공사 미래전략실장과 윤선근 강남개포시장 상인회장이 자매결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상오 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 △일본 지바대 환경계획학 박사 △대한주택공사 최연소 연구부장 △경향신문 전문기자(부국장급) △국내 귀농귀촌 1호 컨설턴트 △새마을역사 연구위원 △SH공사 미래전략실장
▶왜 지금 새마을운동인가.
"지난 몇 년간 국가주도형 '경제퍼주기' 정책으로 개인채무와 국가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이는 경제·사회적 유동성을 악화해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국가안정과 국민안전 기조를 흔들고 있다. 우리가 가장 어려울 때 보릿고개를 극복한 것이 새마을정신이고 21세기 국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방책으로 다시 새마을에서 지혜를 찾을 때다."
▶농업의 잠재력은.
"전통적인 농업은 어렵다. 한국이 가진 디지털, 디자인, AI·IT 데이터로 도농융합형 플랫폼을 만들고 개인과 마을 단위 창의도전 프로그램을 보급한다면 가능성이 많다. 지방소멸을 방지하는 도시인구 유치와 함께 도시민이 가진 재능, 지역의 다양성을 묶어 초기 새마을 교육 방식으로 경북이 풀어나가면 경북 농촌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귀농귀촌이 경제에 얼마나 도움 되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귀농귀촌 사회적 편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인 1명이 농어촌으로 이주할 경우 연간 169만원의 국가적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먹거리 안전 신뢰 등 비경제적 요인과 도시환경·교통·공해 등 유발요인을 추가한다면 적어도 1인당 500만원 이상 매년 순기능을 창출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는 이러한 점을 귀농귀촌 예산에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귀농귀촌을 통한 농업발전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10여 년 이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개인이나 가족이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가서 지역을 지키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를 생산·확인해 이를 도시에 있는 지인이나 민간에 공급하는 것은 건강사회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귀농귀촌인은 도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도시민은 귀농귀촌인의 경제를 책임지는 방식, 이것이 소농구조에서 '농업-사람-지역'이 살아가는 국가재테크다."
▶귀농귀촌을 어떻게 새마을운동과 결합시킨다는 것인가.
"결합이 아니라 융합이다. 새마을운동이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것은 한계상황 속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대응 능력과 성공 경험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귀농귀촌을 통해 도시의 인적 자산을 농업-농촌-농민과 융복합하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을 새마을 운동과 결합할 때 효과는.
"자조적 복지가 실현 가능하다. 이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마을과 개인 스스로 자급자족, 자력경신, 자조적 복지를 이룩하는 신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지방소멸 위기를 일정 부분 완화할 것이다. 결국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추진 동력화해 성공시키는 것인데 동기와 경험, 아이디어가 농촌에는 부족하다. 이것을 지원할 때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귀농귀촌인의 창의와 자조적 복지를 지원하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각자 잘하는 것이 있고 이것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왜 수도권과 같은 과밀규제가 인구소멸 과소지역인 경북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다양한 유형의 귀농귀촌 공모사업을 개인형·마을형·통합형으로 만들고 파일럿 사업부터 시행하면 좋겠다."
▶경북도의 귀농귀촌을 어떻게 평가하나.
"열심히 하는데 아이디어와 성과가 없다. 참담한 것은 경북으로 왔다가 충북으로 간다거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분석조차 희미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노력이 정답은 아니다. 60억(인구) 개발도상국의 '잘살아 보자'는 재테크의 고향이 경북이다. 경북도가 21세기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방법으로 귀농귀촌을 채택해 새마을운동 디자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귀농귀촌이 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나.
"도시문화의 기본은 다양성과 종합성에 있다. 도시의 다양한 인재, 은퇴 이후 40년을 고민해야 하는 50대를 농산어촌으로 유치해 농업이 아닌 지역의 관점으로 융복합해 경제사회를 강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초기 불협화음을 줄이는 방법은 주민 이해와 친교, 갈등 해소 프로그램인데 지금도 귀농귀촌인을 수용하는 농민교육은 없다. 상호주의 훼손이 지역균형개발의 장애로 남아 있다."
▶SH공사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공무원이나 공직사회가 갖는 경직성이 해소되고 관료주의는 타파돼야 한다. 서울이 갖는 중력 때문에 수많은 지방도시가 소멸 위기에 있는데 서울시와 공사는 외면하려 한다. 필자는 SH가 다른 시·도에 가칭 '리틀서울' 연수원을 건설해 특산물을 팔아주고 일자리공급 및 교류 프로그램 실행을 제안했다. 농협중앙회나 공적 영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때다."
▶균형발전을 위해 제안할 것이 있다면.
"도시민이 갖는 다양성과 창의력, 디지털 경제감각을 농촌에서 배우고 나눠야 한다. 이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재테크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특성은 자멸과 소외,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북은 새마을정신의 본고장이다. 다시 새마을정신에서 배우는 근면·자조·협동으로 주민을 위한 지배가 아닌 헌신의 공직문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경북 상주에서의 향후 계획은.
"귀산귀촌 현장교육을 상주 상오산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은퇴자 예비교육과 품목교육을 통해 도시민이 언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어디서 살아갈까에 대한 해답을 준비 중이다. 또 생태축산을 유산양(乳産羊·젖 생산을 위해 사육하는 산양)을 소재로 실시하고, 산 하단부에 민간정원과 묘목장을 조성해 소득도 올릴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험한 비포장이어서 매번 목숨 걸고 올라간다. 그래도 간다. 그게 새마을정신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