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행복콘서트] 섭생의 방법 절식…건강한 삶 위해 음식 절제하는 힘 길러야…"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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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3 08:04  |  수정 2023-02-03 08:05  |  발행일 2023-02-03 제34면

김홍도-새참
단원 김홍도 그림 '새참'.

심신의 건강을 지키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잘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 음식의 유혹은 떨치기 쉽지 않은 그 유혹 중 하나다. 온갖 먹거리가 풍부하고 유혹의 손길이 넘쳐나는 요즘은 특히 그 유혹을 이기는 힘이 절실한 것 같다. 건강에는 좋지 않은 '단짠' 음식이나 자극적이고 화려한 음식을 부추기는 방송 등이 넘쳐나는 환경은 음식의 유혹 자제를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

2015년 초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발간한 '건강과 웰빙에 관한 글로벌 소비자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는 그 절반이 넘는 55%가, 전 세계 소비자는 50%가 다이어트 중이라고 밝혔다. 체중조절을 위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75%가 식단 관리를 하고, 72%가 운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인들의 주요 다이어트 방법은 '운동'이 71%, '식단 관리'가 57%로 나타났다.

무절제한 음식 탐닉…비만 증가
건강·행복 가로막아 '불행한 삶'

음식을 많이 먹는 데 길들여지면
습관 깊어져 굶주림도 더 심해져
이익 성호사설 '먹는 습관' 중요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섭취가 늘고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비만이 더욱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1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초·중·고교 학생 가운데 비만 학생의 비율은 19%로, 2019년(15.1%)에 비해 3.9% 늘었다. 초등학교가 5%로 가장 많이 늘었고, 중학교 4.2%, 고등학교 1.5% 순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삶의 즐거움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순간의 쾌락을 위한 무절제한 음식 탐닉은 건강과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을 절제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옛날의 많은 선비도 건강을 위한 섭생의 방법으로 절식을 권유했다.

조선 순조 때의 시인 이양연(李亮淵)은 '절식하기 위한 경계의 말을 적은 팻말(節食牌銘)'이라는 시에서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適喫則安)/ 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네(過喫則否)/ 의젓한 너 천군이여(儼爾天君)/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無爲口誘)'고 했다. 천군은 몸의 주재자인 마음을 비유한 말이다.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내용이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남긴 글 '음식을 줄여 먹자(節飮食說)'도 음식의 유혹을 견디며 절식하겠다는 다짐을 적고 있다.

'나는 오늘부터 하루 동안 먹고 마시는 양을 술 한 잔, 고기 한 조각으로 그칠 것이다. 귀한 손님이 있어 상을 더 차려야 한다 해도 그보다 세 배 이상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덜할 수는 있어도 더할 수는 없다. 나를 초청한 사람이 있을 때는 미리 이 다짐을 알려준다. 주인이 따르지 않고 더 권하더라도 그 이상을 먹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첫째 분수에 맞으니 복이 길러질 것이요, 둘째 위가 넉넉하니 기운이 길러질 것이요, 셋째는 비용이 절약되니 재산이 늘어날 것이다. 원풍6년 8월27일에 쓰다.'

그는 '네 가지 조심할 일(書四戒)'이라는 잠언에서도 음식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수레나 가마를 타는 것은 다리가 약해질 조짐이고/ 골방이나 다락방은 감기 걸리기에 십상이다/ 어여쁜 여인은 건강을 해치는 도끼이고/ 맛난 음식은 창자를 썩게 하는 독약이다.'

다음 글도 보자.

"나는 천성이 책을 좋아해 날마다 끙끙대며 읽느라고 베 한 올, 쌀 한 톨 내 힘으로 장만하지 않는다. '천지간에 좀벌레 한 마리'란 말이 어찌 나 같은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행히 선대가 남기신 전답이 있어서 몇 섬 몇 말을 거둔다. 거기서 나오는 식량을 절약해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첫째가는 경륜(經綸)이자 양책(良策)으로 삼는다.

무릇 한 그릇에서 한 홉의 쌀을 덜어낸다. 남들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고 할지 몰라도, 하루에 두 그릇 먹으면 두 홉이고, 한 집이 열 식구라면 두 되가 될 것이다. 1만 가구가 사는 군(郡)이라면 2천 말이나 되는 많은 식량이다. 더구나 한 식구의 소비가 한 홉에 그치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것이 쌓이면 매우 많다. 쓸데없는 소비는 한 푼 한 홉도 아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으려고 드는 습성은 천하에 제일간다. 최근에 표류하여 유구국(琉球國)에 간 사람이 있다. 그 나라 백성들이 그에게 '너희 풍속이 항상 큰 사발과 쇠 숟갈로 밥을 떠서 실컷 먹으니 어떻게 가난하지 않겠는가'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표류하여 온 자가 있어 우리 풍속을 잘 알고 하는 말이다. 내가 일찍이 바닷가에서 한 사람이 세 사람이 나눠 먹어도 굶주리지 않을 양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나라가 어떻게 가난해지지 않겠는가.

어려서 배불리 먹는 습관이 들면 위장이 점점 커져서 다 채워지지 않으면 굶주림을 느끼게 된다. 습관이 점점 깊어져 굶주림을 점점 더 심하게 느끼게 되면 굶어 죽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많이 먹는 습관으로 위장이 커지는 사람이 있다면, 습관으로 위장이 작아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곡식을 끊고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산과 들의 짐승들이 얼음이 얼고 눈이 쌓여도 죽지 않고 견디는 것은 습관의 결과다. 비록 늘 굶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너무 과하게 먹는 음식을 덜어내는 것이야 불가능하겠는가."

성호(星湖)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나오는 내용이다. 음식을 적게 먹는 습관을 들이자는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넘치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과식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살을 빼기 위해 전쟁을 하며, 지구촌을 병들게 하는 현실이다.

하나의 글을 더 보자.

'나는 어렸을 때 곤궁한 집안에서 자라고 또 성품이 소탈하여,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리하여 일찍이 옷을 두껍게 입지 않고 또한 음식을 잘 차려서 먹지 않았다. 추워도 버선을 신지 않고 맨발로 눈을 밟으며 겨울을 지냈고, 아침저녁 밥을 다만 채소와 거친 밥을 먹으면서 장성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몸에 질병이 없고 오장육부가 깨끗하니, 네가 아이를 기를 적에도 이 노부(老夫)가 한 것처럼 한다면 병이 없고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덕을 이루고 훌륭한 일을 하는 기본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장수한, 존경받는 선비인 여헌(旅軒) 장현광(1554∼1637)의 이야기다. 그가 태어난 지 몇 개월 된 어느 집 아이를 보며 그 어머니에게 한 말을 적어놓은 것이다.

많은 현대인이 지나친 건강 염려, 과잉 영양섭취 등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는 현실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음식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다.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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