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유일 시행 '저능력 암소 도태사업' 전국으로 확대해야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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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1  |  수정 2023-01-31 07:01  |  발행일 2023-01-31 제3면
■ 한우 사육 두수 조절 방안

소 값 폭락의 근본 원인은 과잉공급과 소비 위축을 들 수 있다.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한우 적정 사육 두수는 290만~310만 수준이다. 국내에선 2020년 말 기준 한우 사육 두수가 320만두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말에는 352만두로 잠정 집계됐다.

한우 사육 두수가 급증한 가장 큰 배경은 코로나19 상황이 꼽힌다. 사육기간 등을 고려하면 지금 시중에 출하되는 한우 대부분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초에 입식됐다. 당시 한우 가격(암소 600kg 기준)은 700만~800만원, 송아지 가격도 450만~500만원 수준이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2020년 4월 등)과 해외여행을 갈 수 없었던 상황 등이 반영된 일종의 '거품'에 가깝다. 적정 사육 두수 초과에도 그간 소 값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은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최근 소 값 폭락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북도 축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소 값이 오르면서 축산 농가의 송아지 입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2년 전 호황에 취해 과도한 입식이 불러온 공급 과잉이 지금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소 값 폭락과 별개로 일반 소비자에게 소고기는 여전히 '언감생심'이다.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직장 회식 메뉴로도 선뜻 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원인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소는 농가가 출하하면 유통업자가 낙찰 받은 후 도축장을 거쳐 부위별로 공급된다. 이 구조 자체가 최소 6단계에 달한다.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배송·가공 가격은 늘어난다. 전국 한우협회 관계자는 "소 값과 관계없이 유통·가공 가격은 그대로인 구조가 잘못됐다. '한우 가격 연동제'를 도입해 공급 가격에 맞도록 단계별 가격도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근본 해결책은 사육·생산을 억제하는 방안 마련이다. 사전에 암소에 대해 유전자 검사 실시, 도태우·미경산우(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암소) 조기 선별 등이 필요하다. 경북도는 2021년부터 연간 10억원을 들여 유전체 분석을 통한 우량암소 조기 선발과 저능력 암소 조기 도태 등을 유도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하위 30%의 도태우에 대해선 두당 50만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송아지 입식 후 비육·출하 등에는 약 28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소 값이 바닥을 찍고 있는 지금부터 수급 조절을 위한 유전체 분석 등을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근본적 처방이 가능하다. 경북도 축산 관계자는 "결국 (송아지를 생산하는) 암소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에 △암소 유전체 분석 시행 △단계별 가임 암소 보전금 지급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 국비 충당 등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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