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챗지피티, 도시에 혁신을 묻다

  • 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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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3 06:49  |  수정 2023-02-03 08:38  |  발행일 2023-02-03 제21면
인간처럼 글쓰고 대화하는 AI 등장
지식·창작 노동자 설 자리 빼앗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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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시작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챗지피티(ChatGPT)'라는 기술이 있다. 챗지피티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 '오픈AI연구소(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엔진이다. 2022년 11월30일 출시된 이래 5일 만에 단숨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동일한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넷플릭스는 3.5년, 페이스북이 10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챗지피티는 OpenAI에서 만든 대규모 언어 예측 모델인 'GPT-3.5'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GPT는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다음 텍스트가 무엇인지 예측하여 인간다운 텍스트를 생성하는 딥러닝 모델이다.


출시 5일만 가입자 100만명 돌파…문맥 정확히 파악·논문 게재도

지식산업분야도 AI로 대체되며 시민들 기대·불안감 동시에 느껴

노동의 질적 변화위한 활용 등 인간·혁신 공존의 기술발전 시급

챗지피티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개의 웹데이터를 기본으로 학습하고, 상대방의 이전 대화를 기억하며 대화할 수 있다.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언어적인 순서를 비교적 정확하게 나열한다.

챗지피티 등장 이후 세계 여기저기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가 시험에서 챗지피티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학생이 교실에서 답변을 직접 손으로 쓰게 하거나, 학생은 교수들의 강의 계획이 챗지피티로 작성된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한다. 현재 수많은 일반 사용자와 개발자가 베타테스터로 참여하여 챗지피티 학습역량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학술잡지 출판사인 엘스비어는 챗지피티를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논문을 이달에 실었다.

민간 기업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일찌감치 10억달러를 오픈AI연구소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100억달러 추가 투자와 비즈니스 연동 계획을 발표하였다. 검색엔진시장에서 구글에 밀려왔던 자사의 빙(bing)에 챗지피티를 탑재하여 오는 3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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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ChatGPT는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GPT는 기존 스마트시티 기술보다 더 직접적으로 도시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챗지피티는 인간이 지식을 습득·보유·유통하는 과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체인지 메이커다. 학교라는 제도교육을 통해 지식(knowledge)을 축적하고, 실전 경험과 결합하여 지혜(wisdom)를 얻는 현대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특히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하며 신분과 계급을 유지하는 '보편적 지식 보유자'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법률, 세무, 약업 같은 일부 전문지식 영역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시 관점에서 보면 기술 수준에 머물렀던 인공지능이 생활 수준으로 보편화하면서 시민의 삶과 노동환경, 도시공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반복적인 지식노동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는 워크플로가 형성될 것이다. 제조산업에서 첨단기계가 등장하면서 생산노동자가 대거 이동하였듯이, 지식산업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무노동자의 대량 이동이 불가피하다.

지식을 획득하는 사회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지식노동자의 이동 거리가 감소되면서 재택근무 혹은 집 근처 워크플레이스에서 근무하는 노동환경으로 바뀐다. 이로 인해 직업·주거·놀이·교육 공간이 15분 거리 내에 응집하는 '초고밀 집적환경'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행정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공공서비스 요구가 늘어나고, 시민이 행정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행정 거버넌스도 등장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시의 준비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들려는 행정가나 연구자에게 새로운 기술은 늘 어려운 주제다.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효과는 어떠할지 등의 이유로 기술 도입은 주저된다. 도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도시 철학을 명확하게 세워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민의 삶, 공간, 직업과 일하는 방식, 행정, 도시문제 해결 방식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하고, 기술 수용과정을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챗지피티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는 시민에게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준다. 도시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시민의 디지털 문해력, 인공지능문해력(AI Literacy)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이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상을 훈련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기반 산업전환 추진과 함께 노동의 질적 변화를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도시는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시환경 설계방식을 경제성과 효율성 중심에서 시민의 내재력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내재적인 역량이라 함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역량, 즉 누군가를 돌보고(Care), 무언가 만들며(Craft), 이치를 깨닫고(Cognition), 때론 창조적이면서(Creative) 복잡성(Complexity) 문제를 다루는 역량을 말한다. 시민이 보다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시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즉, 직장·주거·놀이·교육 공간을 근접시켜 시민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연대와 포용성, 생물 다양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환경을 구현한다. 도시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다중심(多中心) 도시를 구현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인공지능기반의 도시 행정시스템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시민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지능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행정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 시민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가는 도시운영 거버넌스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현재 도시가 운영 중인 챗봇서비스(뚜봇)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업그레드하고, 시민 맞춤형 인공지능 비서앱을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교육환경 혁신에 준비해야 한다. 개인의 창의와 아이디어, 기계와 공존하는 기계사회화 지수를 높이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보편적 지식은 기계가 수행하고, 인간은 상황 판단에 필요한 지혜와 영감(Inspiration)을 만드는 창의력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챗지피티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신뢰성을 축적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가끔 챗지피티가 쏟아내는 '헛소리'를 탐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눈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기술이 시민의 삶과 도시를 과격하게 바꿀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도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성 높은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혁신은 속도다. 도시가 혁신에 늦지 말자. 제대로 터치다운하자!

<대구TP 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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